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가 지난 2월 애리조나의 스프링캠프에서 다음 훈련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서프라이즈(미 애리조나주) 최승섭기자 | thunder@sportsseoul.com |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한국인 메이저리그(ML)맏형 추신수(38·텍사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ML에서도 손꼽히는 고액연봉자에 걸맞은 행동을 실천하며 박수받고 있다.
추신수는 지난달 10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힘겨워하는 대구 시민을 위해 2억원을 기부한데 이어 이번엔 텍사스 소속 마이너리그 선수 191명 전원에게 1000달러씩 기부했다. 마이너리그 선수에게 전달한 금액은 총액 19만 1000달러(약 2억3500만원)의 큰 돈이다. 고액연봉자에게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추신수는 흔쾌히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마이너리그에서 먹었던 ‘눈물젖은 빵’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연봉 2000만 달러를 받는 성공한 빅리거지만, 클럽하우스에서 남은 샌드위치를 집에 가지고 가야 했던 마이너리그 시절이 있었다. MLB닷컴도 추신수가 마이너 시절 주급 350달러로 가족을 부양했고 원정시 지급되는 하루 식비 20달러를 모아 기저귀 비용으로 충당했던 고생담을 소개했다.
추신수의 깜짝 선물에 텍사스 소속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고마움을 표시했다. 구원투수 콜 우빌라는 자신의 SNS에 추신수를 향해 ‘GOAT(가장 위대한 사람)’ 이모티콘을 올렸다. 스캇 엥글러는 “추신수가 대단한 일을 했다. 그러나 놀랍지는 않다. 추신수는 늘 주위 사람을 도왔기 때문이다. 그는 정말 사려깊은 사람이다. 만일 내가 ML로 올라간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화답하고 싶다”고 밝혔다.
생계를 위해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추신수의 1000달러는 생계를 걱정하는 그들에게 큰 도움임에 틀림없다.
또한 추신수는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지고 있는 미국 사회를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추신수는 텍사스 구단의 스프링캠프가 폐쇠된 이후 줄곧 텍사스의 사우스레이크에 위치한 집에서 개인훈련 중이었다. 그는 지난 1일 귀가 후 처음으로 가족의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런데 주변 미국인들이 코로나19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는 모습에 놀랐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뉴욕의 경우 도시 봉쇄 이야기가 나올만큼 위급한 상황인데, 텍사스엔 길거리와 공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접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착용한 이도 거의 없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의 개념이 보이지 않았다.
추신수는 2일 현지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집에서 머무는 게 지겹다. 벌써 3주째다. 괴롭지만 사회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려면 모든 사람이 함께 지침을 지키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한국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국의 상황은 좋아지고 있다.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안주려 애쓰고 있고 나의 부모도 한달 내내 집에 머물렀다”고 했다. 미국도 한국을 본받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미국은 최근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2일 기준 20만명 이상 확진자가 나온 상태다. 2위 이탈리아의 두 배에 가깝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은 방역선진국으로 우뚝 선 한국에 SOS를 치며 검진 키트 등 의료장비 도움을 요청한 상태이기도 하다.
kenny@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