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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LG배 예선, 창문 열고 떨어져 앉아 인터넷으로 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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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바둑]

13일 개막… 231명 출전 신청

코로나 사태 대응책 마련… 1인당 3시간→1시간으로 단축, 발열자 대비 이동식 대국장 설치

13일부터 28일까지 한국기원서 열리는 제25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국내 예선이 대폭 달라진 환경에서 치러진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때문이다. 이번 예선엔 총 231명(아마추어 8명 포함)이 출전해 본선행 티켓 7장을 놓고 다툰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대국 방식이다. 같은 공간에서 겨루되 마주 보지 않고 일정 거리 떨어져 앉아 인터넷으로 치르게 됐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시책에 따른 결정이다. 100명 이상 참가한 국내 대회에서 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조선일보

지난달 열린 LG배 아마추어 예선전 광경. 13일 시작될 국내 프로선발전은 일정 거리를 두고 비대면(非對面) 인터넷 방식으로 치르게 됐다. /한국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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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은 이를 위해 노트북 30대를 긴급 확보, 각 대국장에 비치할 예정이다. 각자 거주지에서 대국하는 원거리 온라인 방식도 검토됐으나 AI(인공지능) 훈수 등 공정성 확보가 불가능해 채택되지 않았다.

대국실 내 사람 밀도(密度)도 최대한 낮춘다. ▲1인당 제한 시간을 대폭 단축(3시간→1시간)해 오전 오후 2차례 대국하고 ▲대국 장소도 2층 예선 대국실 외에 4층 본선 대국실, 1층 바둑TV 스튜디오 등으로 넓혀 분산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이것으로 모자라 각 대국장 창문을 모두 열고 대국하기로 했다. 환기(換氣)로 밀폐 상황을 최대한 피하기 위한 조치다. 대회 기간에 두는 전체 판수는 224국, 하루 대국 수는 7~17국이다.

체온 37.5도가 넘는 발열(發熱)자는 입장할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출전을 원할 경우 별도 옥외 대국장으로 안내해 온라인으로 대국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한국기원 부근에 이동식 임시 대국장(캐노피) 2동을 설치 운영한다.

이 밖에 출전 기사끼리 악수나 포옹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자기 대국이 끝나면 대국장에 머물지 말고 신속히 퇴장해야 한다. 마스크 착용은 강제하진 않지만 강력 권장 사항이다. 이런 내용은 모든 출전자에게 매뉴얼 형태로 전달된다.

심판을 맡은 프로 기사들이 각 대국장에 배치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기원 입구에 소독액 자동 분사기 설치 ▲하루 2회 건물 전체 소독, 대국용 노트북 3회 소독 ▲대국장에 손 세정제 및 마스크 비치 등 기본 방역 대책을 병행한다.

이번 예선은 바둑 역사상 가장 많은 곡절을 겪은 행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제전으로 치러온 통합 예선이 코로나 사태로 15년 만에 중단되면서 국가별 쿼터(한국 7, 중국 6, 일본 2, 대만 1명)로 대체됐다. 일정도 4월 1~6일에서 1~13일로, 다시 13~28일로 세 번이나 조정됐다.

국내 예선은 경쟁률 33대1로 치러지며 3일 대진 추첨을 마쳤다. 중국은 상위 랭커 24명으로 10일부터 하루 2판씩 온라인 토너먼트를 치러 6명을 추릴 예정. 일본은 6~7일 도쿄 본원과 오사카·나고야 분원서 8명 중 2명을 고르는 인터넷 선발전을 갖는다. 대만은 지난 2월 34명이 참가한 대면(對面) 선발전을 통해 쉬하오훙을 뽑았다.

각국 예선 통과자 16명은 국가 시드(한국 6, 중국 3, 일본 3, 대만 1명) 및 전기 우승·준우승자, 와일드카드 1명 등 16명과 합류해 6월 1일 개막하는 본선에 출전한다.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은 "코로나 사태 와중에 200여 명이 함께 치르는 첫 행사로 다른 대회의 모델이 된다는 생각에 전쟁 나서는 병사의 심정으로 철저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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