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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트로피가 택배로 왔다, 월드컵 스키 우승 브리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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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이탈리아 출신 첫 女 스키 월드컵 우승

코로나로 우승 행사 못 열어 택배로 트로피 배달

“와, 이거 누나가 주문한 거야?”

이탈리아 스키 선수 페데리카 브리뇨네(30)는 지난달 말 남동생에게서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받았다. 사진을 본 브리뇨네는 깜짝 놀랐다.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알파인 대회 우승컵이었다.

브리뇨네는 지난달 12일 린지 본(36·미국) 은퇴 이후 현역 최고 선수로 꼽히는 ‘스키 여제’ 미케일라 시프린(25·미국)을 꺾고 FIS 월드컵 여자 알파인 2019-2020시즌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브리뇨네가 지난 2월 초 부친상을 당한 후 6주 만에 월드컵 대회 출전한 시프린을 상대로 종합 1위를 지킬 수 있을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릴 예정이던 시즌 마지막 대회에 이어 12일 예정된 스웨덴 오레 대회마저 코로나로 취소되면서 브리뇨네가 이겼다. 브리뇨네는 여자 스키 알파인 월드컵 53년 역사상 종합 1위에 오른 첫 이탈리아 선수였지만, 당시 FIS는 코로나 때문에 별도의 우승 기념행사를 열지 못했다. 대신 브리뇨네에게 택배로 트로피를 보냈다.

조선일보

집 거실에서 FIS 여자 알파인 월드컵 조합 우승 트로피에 키스하는 페데리카 브리뇨네./인스타그램


브리뇨네 집은 이탈리아 북서쪽, 알프스 산맥이 이어지는 발레 다오스타주(州) 라살레의 산 중턱에 있다. 택배 기사가 가기 힘든 곳이라 산 밑에 있는 브리뇨네 부모님 집에 트로피를 배달했는데, 그걸 남동생이 보고 사진을 찍어 브리뇨네에게 보낸 것이다. 트로피는 총 3개였다. 9㎏짜리 종합 우승 크리스탈 트로피와 이보다 작은 대회전, 알파인 복합 우승 트로피 2개였다. 브리뇨네는 트로피를 집으로 갖고 온 다음 거실에서 트로피에 키스하는 사진을 찍었고, 지난달 25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FIS는 각 대회 종목별 성적을 점수화해서 시즌이 끝날 때 부문별, 종합 순위를 매긴다. 지난 시즌 월드컵 대회에서 대회전 2회, 알파인 복합 2회, 수퍼대회전 1회 등 총 5회 우승을 차지했던 브리뇨네가 시즌 성적을 합친 결과 대회전, 알파인 복합 1위에 이어 종합 1위에 오른 것이다. 브리뇨네는 7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 마지막까지 스키를 정말 잘 탈 수 있었다. 시즌이 잘 마무리되길 바랐는데 코로나로 일찍 끝나서 아쉽다”고 말했다.

FIS는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면 브리뇨네의 우승 기념행사를 열겠다는 입장이지만, 브리뇨네는 공식 행사를 기다리지 않고 가족들과 자축 행사를 계획 중이다. 그는 “곧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축하 행사를 빨리할수록 좋다”고 했다. AP통신은 브리뇨네 가족들도 운동선수 출신이라서 과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남동생 다비드(27)는 스키 선수 출신 코치이며, 어머니 마리아 로사 콰리오도 월드컵 스키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 브리뇨네는 “가족들 모두 스키를 좋아한다. 우승 트로피를 손에 들고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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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 여자 월드컵 대회에 출전해 환호하는 페데리카 브리뇨네 모습./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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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뇨네는 아직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대회전에 출전해 시프린, 라그닐트 모윈컬(28·노르웨이)에 이어 동메달을 땄던 그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금메달을 노린다. 브리뇨네는 “여전히 이루고 싶은 게 많다”면서도 “마음을 가볍게 먹으면 결과가 좋다는 것을 안다. 지금까지 이룬 성과에 행복해하며 스키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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