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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세계 첫 마스크 주심 이영재 위원 “호흡 힘들어도, 변화구 판단 좀 어려워도 ‘건강한 시즌’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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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영재 심판이 KIA 홍백전에 마스크를 쓰고 나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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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자체 홍백전이 열렸다. KBO 이영재 심판위원이 경기 전 홈플레이트 뒤에 섰다.

얼굴 보호를 위한 프로텍터 착용 전에 준비한 마스크를 꺼내 입과 코를 가렸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매뉴얼 때문이다. KBO는 이날부터 선수와 거리가 가까운 주심에게 보호 프로텍터 안에 마스크를 쓸 것을 권고했다.

야구 주심이 마스크를 쓰는 일이 없으므로 이 순간, 이영재 위원은 세계 최초의 ‘마스크 야구 주심’이 됐다. 이영재 위원은 전화통화에서 “마스크를 쓰고 주위를 바라보는데 KIA 더그아웃 분위기가 이상했다.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의 눈빛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며 웃었다. 이영재 주심에게 감기 증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였다.

이 위원은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됐다. 얼른 통역을 불러 ‘나 아픈 거 아니다. 건강하다. 매뉴얼 때문에 시험 착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제서야 윌리엄스 감독이 ‘노 프라블럼’이라며 웃더라”고 말했다.

유쾌한 에피소드로 시작했지만 마스크를 쓴 채 주심을 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 위원이 밝힌 가장 큰 어려움은 호흡. KF94가 아닌 수술용 마스크를 썼음에도 프로텍터와 닿는 부분 때문에 호흡이 여의치 않다. 콧등 쪽 공기 유입을 막는 고정물이 프로텍터 안쪽과 닿으면서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았다.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눈으로 좇는 것도 조심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순간적으로 시선이 아래쪽을 향했을 때 마스크에 시선이 가리는 듯한 현상이 느껴졌다. 이 위원은 “심판마다 습관, 특성 등이 다 다르다. 청백전에서 계속 마스크를 쓰고, 이것저것 수정 보완해 가며 시즌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경기에서는 주심만 마스크를 썼지만 8일부터는 각 누심도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참가했다.

코로나19로 심판이 겪는 고충은 마스크 착용만이 아니다. KBO는 심판위원들의 동선도 최소화시켰다. 숙소와 야구장 외에는 외부 출입을 삼간다. 이 위원은 “사실상 야구장과 숙소 말고는 자가격리 상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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