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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나이 50에 랜디 존슨에게 홈런을 빼앗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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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4일 뉴욕 메츠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메이저리그 경기. 애리조나의 투수는 사이영상 5회 수상에 빛나는 랜디 존슨이었다. 타석에 들어선 훌리오 프랑코의 배트가 가볍게 돌았고, 공은 오른쪽 담장을 넘겨 애리조나 홈구장 뱅크원볼파크(현 체이스필드)의 명물인 수영장에 빠졌다. ‘58년 개띠’인 프랑코가 날린 리그 역사상 최고령 홈런이었다. 한국 나이로 따지면 쉰 살에 ‘빅 유닛’을 상대로 홈런을 때려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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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삼성 라이온즈 시절의 프랑코. 한 수 위의 기량으로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 조선일보DB


프랑코는 KBO리그에서 뛴 외국인 중 가장 유명한 선수였다. 2000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약하고 나서도 다시 메이저리그로 돌아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뉴욕 메츠 등에서 뛰었다.

메이저리그에서 23시즌 동안 통산 173홈런 1194타점 2586안타를 쳤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던 시절 1990년 올스타전 MVP에 선정됐고, 이듬해엔 타율 0.341로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에 올랐다. 최근엔 MLB닷컴이 뽑은 1980년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대표하는 선수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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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4일 랜디 존슨의 공을 때려 홈런을 만든 프랑코. /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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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는 삼성에서 뛸 당시 나이를 세 살 낮춰 1961년생으로 KBO에 등록했다. 하지만 실제 나이는 메이저리그 등록 나이인 1958년생보다 두 살 많은 1956년생일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프랑코는 2000년 삼성에서 한 시즌만 뛰면서 타율 0.327, 22홈런 110타점의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술과 담배, 탄산음료는 입에 대지도 않고 단백질 위주의 하루 7회 식사, 규칙적인 생활 습관 등 모범적인 생활로 KBO리그 선수들에게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몸소 알렸다.

프랑코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설탕공장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메이저리그 신인 시절부터 천부적인 타격감각으로 교타자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곧 한계를 느끼고 개인 트레이너들을 고용해 몸을 만들었다.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다져진 근육질의 몸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50세가 되도록 뛰었다.

2007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끝으로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벗은 프랑코는 2016년부터 롯데 자이언츠에 코치로 몸담고 있다. 최근 청백전에서 그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는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 체제로 롯데가 새로 개편하면서 올해 잔류군 총괄코치를 맡았다. 4년간 1·2군 타격 코치를 맡으면서 눈에 띄는 타격 기대주를 길러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프랑코 코치가 기대를 걸었던 전병우는 최근 2대1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으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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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는 2016년부터 롯데 코치로 일하고 있다. /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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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관계자는 “성민규 단장이 선수층의 뎁스를 키우기 위해 퓨처스(2군)와 잔류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경험이 풍부한 프랑코 코치가 재활이나 웨이트트레이닝 등 자기관리 측면에서 선수들에게 좋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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