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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잠실야구장 옆 선별진료소, 야구계도 "왜 굳이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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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인구 없는 다른 운동장 외면하고

선수단·취재진 오가는 잠실 인근 설치

서울시 "입국자 송파구민 많아…보건소 협소"

서울시가 지난 3일부터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운영하는 해외입국자 선별진료소에 대해 야구계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선별진료소 인근 잠실야구장은 LG와 두산 선수, 코칭스태프, 직원과 취재진 등이 거의 매일 오가고 있어 유동인구가 적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잠실 선별진료소는 당초 서울시민 해외입국자를 대상으로 설치됐다. ‘워크스루’ 방식으로 하루 1000명을 검사할 수 있는 규모였다. 설치 직후부터 지역주민과 총선 후보자 등의 반발에 시달렸고, 이용자가 예상보다 적은 하루 수십명 정도에 그쳐 지난 6일부터 송파구민을 상대로 축소 운영되고 있다.

조선일보

5일 오후 한 시민이 잠실야구장 옆 일반인 통제 구역을 걸어 지나가는 모습. 서울시는 "선별진료소 인근에 통제선을 쳐서 지역주민, 구단 관계자 등과 동선이 섞이지 않게 했다"고 했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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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단 걱정거리 늘었다

잠실야구장에선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훈련과 팀 내 청백전을 진행하고 있다. KBO(한국야구위원회) 실행위원회 결정에 따라 오는 21일부터 팀 간 연습경기도 시작할 전망이다. LG와 두산 선수단은 구장을 함께 쓰면서 접촉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훈련과 청백전 일정을 되도록 겹치지 않게 정하고, 날짜가 겹칠 때는 시간대를 오전·오후로 나누고 출퇴근 시간을 다르게 정해 동선을 분리한다. 구내식당에서도 거리를 두고 식사하고 있다.

서울시가 설치한 선별진료소에서 잠실야구장까지 거리는 약 300~400m. 바로 옆은 아니지만 같은 종합운동장 내에 있다. 진료를 마치고 나온 사람은 곧바로 자택으로 가서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이들이 지침을 어기고 주차장이나 지하철, 야구장 내 편의점 등 시설을 이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귀갓길에 종합운동장 옆 잠실새내역(신천역) 인근에 있는 식당, 편의점 등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LG와 두산 젊은 선수들이 잠실새내역 부근에 많이 거주한다”며 “접촉 가능성이 늘어나긴 할 것”이라고 했다.

두 구단은 동선이 겹칠 가능성이 크진 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선별진료소 설치 이후 선수단에 “그 주변으로 가지 말고, 이용자 등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이동할 때 주의하라”고 공지했다고 한다. 두산은 선별진료소 방향 주차장에 있던 선수단 버스를 구장 반대편으로 옮겼다. LG 김광환 홍보팀장은 “(선별진료소 위치는) 구단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코로나 확산에 대응하려고 전국민적으로 역량을 모으는데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두산 함태수 홍보팀 과장도 “사안이 위중한 만큼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서울시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입국자가 지침을 어기지 않는 한 선수단과 접촉할 염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나백주 시민건강국장은 “차로 들어갔다가 차로 나오는 방식이며, 검사를 받고 나온 사람들은 자가격리 대상자이므로 곧바로 귀가하도록 안내받는다”고 했다. 또 “경계선을 잘 쳐서 사람들이 섞이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했다.

선별진료소 운영 사흘 차인 지난 5일에는 일반인 접근 통제구역을 가로질러 야구장 옆을 걸어 지나가는 시민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이날 야구장에선 LG 청백전이 열렸다. 이에 대해 나 국장은 “선별진료소 운영 초기라서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서울시가 유동인구가 없다시피한 다른 운동장을 외면하고 굳이 잠실을 택한 것은 해외입국자 중 송파구 주민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나 국장은 “송파구 보건소 진료소는 공간이 협소해 더 늘릴 수가 없었다”고 했다.

서울시는 선별진료소 운영 계획을 각 구단에 사전에 통보하진 않았고,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구단 관계자에게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야구장을 빌려쓰는 입장인 두산·LG가 서울시 정책, 그것도 코로나 확산 대응책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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