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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축구 직관 못해도 ‘옥석’ 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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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선수들의 경기 영상과 기록을 기초로 스카우트 보고서를 제공하는 ‘와이스카우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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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통제에 대부분 리그도 중단

퍼거슨 같은 ‘매의 눈’ 기대 못해

이탈리아 ‘와이스카우트’ 서비스

수년간 경기 영상과 장단점 등

전 세계 선수들 상세 보고서 제공

대어 낚으려면 지역별 맞춤 접근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79)은 선수를 보는 ‘눈’이 탁월한 명장이었다. 그는 맨유에 부임했던 1980년대 후반 ‘퍼기의 아이들’(데이비드 베컴·라이언 긱스·폴 스콜스 등)로 유명한 지역 연고 선수들을 발굴해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최강팀을 만들었다. 27년간 38개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그는 “현장에서 직접 선수를 관찰해 검증하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털어놨다.

그런데 이런 성공 비결은 당분간 활용이 어렵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실상 이동이 통제돼 선수를 보러갈 수 없고, 가더라도 대부분의 리그가 중단돼 선수가 뛰는 것을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선수를 직접 보지 않고 뽑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대다.

다행히 기술의 발전이 과거 불가능했던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젠 클릭 하나로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과 남미뿐만 아니라 변방의 선수까지 살펴볼 수 있다. 이탈리아 스포츠 영상 서비스업체인 ‘와이스카우트’(Wyscout)가 이런 세상을 가장 먼저 구축했다. 이 회사가 제공하는 선수들의 플레이 영상을 참고하면 옥석을 가리기에 충분하다. 단순히 하이라이트 영상이 아니라 수년간의 풀 경기 영상과 경기 기록, 장단점 등 상세한 스카우트 보고서를 제공한다.

실제로 K리그 구단들이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선수를 먼저 점검한 뒤 현지에 스카우트를 파견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선수를 데려오고 있다. 매년 우승 후보로 군림하고 있는 지방의 ㄱ팀은 현지 파견을 생략하고도 선수 영입에 몇 년째 성공해 코로나19 시대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눈길을 끈다. ㄱ팀 고위 관계자는 “선수 1명을 데려올 때 최소한 3순위까지 후보군을 정한다”며 “그런데 오랜 기간 관찰한 1순위 선수들이 유럽 빅리그로 가는 일이 반복돼, 거꾸로 영상으로 확인한 선수들이 우리 유니폼을 입고 성공하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ㄱ팀의 성공 노하우는 현장 관찰을 생략한 대신 나머지 조건들에 공을 들이는 것에 있다. 직접 보지 않기에 다른 기준을 높였다. 반짝 활약한 선수는 영입 대상에서 제외한다. 최소한 3년간 소속팀에서 꾸준히 뛴 선수를 후보에 올린 뒤 전문가들이 선수의 경기 영상을 면밀히 파악해 의견을 개진해야 영입이 진행된다.

그리고 감독을 포함한 모두가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유니폼을 입힌다. 노르웨이 국가대표 출신의 미드필더 ㄴ과 오스트리아 수비수 ㄷ, 네덜란드 수비수 ㄹ이 이 과정을 통과해 성공한 선수들이다. 또 다른 ㄱ팀 관계자는 “누구나 메시처럼 뛰는 하이라이트는 참고하지 않는다. 선수 평가가 끝나면 가장 중요한 인성을 확인하기 위해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한다”고 귀띔했다.

다만 ㄱ팀의 성공이 정답이 아닐 수는 있다. ㄱ팀도 이렇게 영입한 선수 중 절반은 실패했다. 지역별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검증이 손쉬운 유럽과 달리 남미는 현지 관찰이 더 필요한 편이다. ㄱ팀 관계자는 “앞으로 이 부분을 보완할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다른 팀들도 비슷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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