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라호마 사설 동물원 주인과 동물보호단체 대표의 갈등 다뤄
살인청부-동물학대-동성애 등 충격-엽기적 사연으로 시청률 1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의 주인공 조 이그조틱이 키우는 호랑이와 함께한 모습(위 사진). 그는 사자, 호랑이 등 고양잇과 동물을 사들여 동물원을 운영하고 순회 공연을 하며 돈을 벌었다. 동물보호단체 ‘빅 캣 레스큐’의 대표인 캐럴 배스킨은 이그조틱의 동물 학대를 막기 위해 그를 추적한다. 넷플릭스 제공 |
“요즘 온라인으로 출근하면 메신저로 ‘타이거 킹 봤어?’라고 인사를 나눠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직장인 박아름 씨(30·여)는 지난달 20일 공개된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타이거 킹: 무법지대(Tiger king: Murder, Mayhem and Madness)’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극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집에서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시간이 늘어난 박 씨는 우연히 타이거 킹 1회를 눌렀다가 이틀 만에 전 회를 몰아보기 했다.
박 씨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게 돼 아침에 온라인 메신저로 팀 회의를 하는데 ‘타이거 킹을 다 봤느냐’는 질문으로 대화가 시작된다”며 “다 못 본 직원은 결말을 ‘스포일러’하지 말라며 대화에 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베스터 스탤론(오른쪽)이 딸, 아내와 ‘타이거 킹’ 등장인물의 복장을 따라한 모습. 사진 출처 실베스터 스탤론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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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7부작인 타이거 킹은 오클라호마주의 G W 동물원에서 사자, 호랑이 등 고양잇과 동물 200여 마리를 이용해 돈을 버는 주인 조 이그조틱(본명 조지프 슈라이보겔)과 동물보호단체 ‘빅 캣 레스큐’의 대표 캐럴 배스킨의 갈등을 다룬다. 넷플릭스가 공개하는 일간 톱 10 순위에서 타이거 킹은 미국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리서치 전문 기업 닐슨에 따르면 타이거 킹은 공개 10일 만에 미국에서 순시청자(UV·Unique Viewers) 3400만 명을 기록했다. 순시청자란 한 명이 여러 번 콘텐츠를 봤어도 한 명으로 계산한 지표다.
배우 세라 하일랜드(왼쪽)와 약혼자 웰스 애덤스가 각각 ‘타이거 킹’의 조 이그조틱과 캐럴 배스킨으로 꾸민 모습. 사진 출처 세라 하일랜드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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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킹은 배스킨처럼 꾸민 마네킹을 향해 총을 쏘거나, 남성 두 명과 합동결혼식을 올리고 그들에게 필로폰 공급책 역할을 하는 이그조틱의 기행을 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동물 학대, 동성애, 일부다처제, 방화, 총기 자살, 청부살인이 숨 돌릴 새 없이 몰아친다. 배스킨이 전남편을 죽여 호랑이 밥으로 줬다는 이그조틱의 충격적인 주장도 나온다.
배우 재러드 레토가 조 이그조틱으로 변장하고 호랑이 인형을 손에 들었다. 사진 출처 재러드 레토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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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들도 타이거 킹을 언급하면서 인기는 더 치솟고 있다. 실베스터 스탤론, 재러드 레토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타이거 킹 등장인물을 따라한 코스튬 플레이 사진을 올렸다. 새뮤얼 잭슨은 미국 ABC 방송 ‘지미 키멀쇼’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집에서 어떤 콘텐츠를 봤느냐”는 질문에 “타이거 킹을 딸과 함께 봤다. 그들은 자신보다 머리가 세 배는 더 큰 호랑이의 입에 팔과 다리를 넣는다”고 답했다.
미국에 사는 직장인 서수정 씨(27·여)는 “지인들의 SNS에 타이거 킹과 관련된 ‘밈(재미있는 사진 영상 등을 변형해 올린 것)’이 수없이 올라온다. 미국에서 타이거 킹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조 이그조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타이거 킹 열풍은 인간의 본능을 거침없이 자극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등장인물은 인간의 가장 강한 본능인 성욕과 권력욕을 엽기적인 방식으로 표출한다. 게다가 실화이기 때문에 시청자가 더 몰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콘텐츠의 완성도도 한몫한다. 제작진은 5년간 이그조틱, 그를 둘러싼 인물과 사건을 밀착 취재해 7개의 에피소드를 총 314분의 영상에 담았다. 이문원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그조틱의 성장 과정, 주변 인물, 이그조틱이 몸담은 비즈니스를 심층적으로 조명한다. 인물과 그를 둘러싼 세계를 깊이 있게 다면적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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