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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이슈 [연재] 헤럴드경제 '골프상식 백과사전'

[골프상식 백과사전 212] 코로나19로 유러피언투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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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펠리 유러피언투어 CEO는 지난 금요일 두 개 대회 추가 취소를 발표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유러피언투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7월 예정된 독일과 프랑스 대회까지 취소했다.

유러피언투어는 18일 오는 6월25일부터 나흘간 독일 뮌헨에서 예정인 BMW인터내셔널오픈, 7월2일부터 열리는 100년이 넘은 역사의 내셔널타이틀 프랑스오픈을 취소하고 7월9일부터 12일까지 스코틀랜드 노스버윅에서 예정된 롤렉스시리즈 스코티시오픈도 연기했다.

키스 펠리 유러피언투어 CEO는 “30여년 이어온 BMW인터내셔널 대회와 가장 오랜 대회 중 하나인 프랑스오픈은 유러피언투어의 주춧돌이었다”면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다른 투어들은 재개를 알리는 와중에 나온 침울한 소식이다.

이로써 7월30일부터 잉글랜드에서 예정된 베트프레드브리티시마스터스가 시즌 재개를 알리는 대회가 됐다. 하지만 이 대회는 유러피언투어가 포함된 세계 6개 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페덱스세인트주드인비테이셔널과 기간이 겹쳐 개최가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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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의 유럽 미국 투어 일정, 노란색은 겹치는 대회, 파란색은 파이널 플레이오프, 연하늘색은 공동 주관.


미국 멤피스에서 총상금 1050만 달러로 열리는 세인트주드 대회는 코로나19로 연기되면서 공교롭게 총상금 250만 유로의 브리티시마스터스와 일정이 중복됐다. PGA투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나 유럽의 주요 선수가 대거 빠지는 대회를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대회도 연기 혹은 최소된다면 유러피언투어는 8월 말 스위스에서 열리는 오메가 유러피언마스터스가 첫 대회가 된다. 8월초중순의 체코 마스터스와 신설 대회는 한달 여 전에 이미 취소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중순 케냐오픈이 취소된 이래로 유러피언투어에서 취소 혹은 연기된 대회는 무려 16개에 이른다. 11개 대회가 취소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13개가 취소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보다 타격이 더 크다.

PGA투어가 코로나19를 피해 메이저 대회 일정을 하반기로 미루면서 유러피언투어는 미국의 큰 이벤트와 일정이 겹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유럽의 주요선수들이 출전하는 세계 최대 메이저인 US오픈이 9월 중순이 되면서 KLM오픈과 같은 주에 열린다. 게다가 마스터스는 롤렉스 시리즈 파이널의 가운데 대회인 네드뱅크챌린지와 겹친다. 1년 전부터 잡힌 유럽의 대회들은 메이저 때문에 개최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 고민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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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영국에서 유럽 전체로 확대된 라이더컵은 유럽의 나라들이 뭉치는 계기를 제공했다.


주변을 돌아보면 유럽 전역으로 심각성과 피해가 커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유러피언투어는 절박한 상황이다. 펠리 CEO는 회원들에게 대회 상금의 축소, 대회 취소 등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메모를 보냈다. 또한 대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같은 주에 여러 개의 대회가 열릴 수도 있다고 했다. 유러피언투어 임직원들은 월급이 삭감됐고, 직원 일부도 해고됐다.

유러피언투어로서는 창설 48년을 맞아 존립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유럽 각국의 투어를 합쳐 1972년 창설된 유러피언투어는 1993년 마스트리흐트조약으로 만들어진 유럽 연합과 유럽 시민권보다도 오래됐다. 1979년 라이더컵의 형식이 미국 대 대영제국에서 미국 대 유럽으로 확장되면서 유러피언투어는 유럽을 하나로 아우르는 역할까지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유럽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는 지금 형국이면 어느 나라에서 대회를 개최해도 선수들의 출전이 쉽지 않다. 유럽 골프팬들의 자유 왕래가 보장되지 않는 한 주최사들도 대회를 열 명분이 약해진다. 여러 국가의 내부적 사정을 모두 감안해야 하는 다국적투어라서 타격이 더 크다.

다음달 중순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대회 개최를 발표하고 PGA투어도 6월 중순부터 시즌 재개를 선언해도 유러피언투어는 오히려 7월의 대회를 취소하는 건 한 국가에 귀속한 투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떨어져 나간 데 이어 유럽내 국가들조차 국경을 막고 있는 추세가 이어지는 한 유러피언투어의 재개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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