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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1 (목)

    이슈 LPGA 미국 여자 프로골프

    `한방`에 강한 김세영…LPGA 韓최고 `이글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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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혜성'처럼 등장해 올해로 33년째 현역으로 뛰고 있는 로라 데이비스(57·잉글랜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대단한 기록 하나를 갖고 있다.

    1992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총 이글 수'에서 188개를 기록해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131개) 크리스티 커(미국)보다 무려 57개나 더 많다. 데이비스와 오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카리 웹(호주)이 125개로 이 부문 3위다.

    한 해 평균 6.48개꼴로 이글을 잡은 데이비스는 2004년 개인 최다인 19개를 기록했다. 10개 이상 이글을 잡은 횟수도 2004년을 포함해 7차례나 된다. '데이비스의 19이글'은 오랫동안 이 부문 신기록으로 이어오다 지난해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23개를 잡으면서 깨졌다.

    LPGA투어에서 뛰었던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이글을 잡은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한국 여자골프의 아이콘' 박세리(43)다. 데뷔 해인 1998년 2개로 시작한 이글 사냥은 은퇴하기 전인 2016년까지 이어져 총 88개로 마무리했다. 박세리가 이글을 잡지 못한 해는 2015년이 유일하다.

    박세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글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 여자골퍼는 최나연(33)이다. 지금은 슬럼프에 빠져 이글 수가 확 줄었지만 전성기 때 집중적으로 이글을 많이 잡은 덕에 총 61개를 쌓을 수 있었다. 양희영이 58개, 박지은이 55개로 뒤를 이었고 박인비도 54개의 '독수리'를 잡았다. 박희영(54개)과 이미향(52개)도 총 이글 수 50개를 넘긴 한국 선수들이다.

    한국 선수가 그해 '이글퀸'에 등극한 것은 총 3번이다. 그 첫 번째 '이글퀸 영광'을 차지한 주인공도 박세리다. 한창 물오른 샷을 과시하던 2003년 박세리는 이글 13개를 잡아 그해 최다 이글을 기록했다. 박세리가 이글퀸에 오를 때 데이비스는 8개밖에 잡지 못했다.

    박세리에 이어 2015년 김세영이 14개를 잡으며 이글 1위를 기록했고, 곧바로 다음해인 2016년 이미향이 이글 13개를 노획해 렉시 톰프슨(미국)과 함께 이글 수 공동 1위에 올랐다. 한국 여자골퍼가 10개 이상 이글을 잡은 횟수는 총 12번이다. 이 중 박세리가 가장 많은 세 차례를 기록했다.

    이글을 잡으려면 기본적으로 장타가 필요하다. 파4홀에서 두 번째 샷이 들어가거나 파5홀에서 세 번째 어프로치샷이 홀인되는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보통 파5홀 2온, 짧은 파4홀 원온 후 퍼팅을 넣어야 이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최다 이글 기록의 보유자 데이비스도 1993년부터 3년 연속 장타퀸에 올랐던 거포다.

    하지만 단타자 중에서도 유난히 이글 사냥에 능숙한 선수가 있다. 이미향이 이글퀸에 등극하던 2016년 그의 장타 랭킹은 42위(259.1야드)에 불과했다. 박인비도 비거리가 짧은 편이지만 단타자 중에서는 이글을 많이 잡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슈퍼땅콩'으로 불렸던 김미현은 1999년 8개를 잡고, 그해 이글 순위에서 18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현역 최고의 '이글 사냥꾼'은 김세영이다. 김세영은 지난 5년 동안 47개의 이글을 노획했다. 만약 코로나19로 시즌이 멈추지 않았다면 이미 '이글 수 50'을 돌파했을 게 분명하다. 한 해 평균 이글 수에서는 김세영을 넘을 한국 여자골퍼가 없다. 김세영은 한 해 평균 9.4개의 이글을 잡고 있다. 박세리의 한 해 평균 이글 4.63개와 비교해도 김세영이 얼마나 '이글 몰아치기'에 능한지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여자골퍼 최고 장타자인 박성현도 지난 3년 동안 이글 20개를 기록해 한 해 평균 6.66개꼴로 이글을 잡고 있다.

    해외동포 선수 중에서는 단연 이민지(호주)가 돋보인다. 2015년 11개, 2016년 11개, 2019년 12개 등 벌써 세 번이나 이글 수 10개 이상을 기록했다.

    한국 여자골퍼 '이글의 해'는 2016년이었다. 이미향이 이글퀸이 된 그해에 김세영(12개) 장하나(10개)까지 세 명이 10개 이상 이글을 잡았고, 허미정과 전인지도 9개를 노획했다. 하지만 장타력과 정확도를 겸비한 선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 한국 여자골퍼의 본격적인 '독수리 사냥'은 이제 시작됐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오태식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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