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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이슈 [연재] 헤럴드경제 '골프상식 백과사전'

[골프상식 백과사전 214] 우즈의 손가락 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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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가 지난해 마스터스를 우승할 때도 오른손 중지의 흰색 테이프는 조용히 존재감을 빛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 끝에는 흰색 테이프가 여전히 감겨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우즈는 시합 전에 드라이빙 레인지에 도착해서 테이프를 감고 샷을 연습한다. 손목 테이핑이 그립을 정렬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게 우즈의 설명이다.

물집이 잡히거나 피부가 딱딱해지는 걸 막는 등의 기능적인 효과보다는 우즈에게는 복서가 테이프를 감고 글러브를 차는 것 같은 의식이 되었다. 그의 코치와 스윙은 여러 번 바꿨으나 흰 테이프는 여전해서 마치 황제의 절대반지처럼 위력을 발휘한다.

골프 선수에게 손 감각은 절대적이다. ‘역대 최고 부드러운 스윙’으로 골프사에 이름을 남긴 샘 스니드는 대회에 출전할 땐 엄청나게 큰 골프 장갑을 꼈다. 정원 손질하는 장갑 같은 우악스런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그가 남긴 명 골프 레슨은 장갑과는 반대였다. ‘어린 새를 쥐듯 살며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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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 파머는 키는 보통이었으나 손은 엄청나게 컸다.


팬클럽 아미군단을 몰고다니고 '왕'으로 불린 아놀드 파머도 크고 우악스러운 손을 가졌다. 파머는 키는 보통이지만 장갑은 XL 사이즈를 꼈다. 골프 초창기에는 ‘손이 커야 골프 선수로 대성한다’는 속설이 있었다. 1920~30년대 최고의 선수였던 월터 하겐은 “큰 손과 발을 가졌으나 두뇌는 없는 사람을 데려오면 그를 골퍼로 만들어 줄 수 있다”라는 우스갯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골프 선수들이 보험을 들 때 가장 비싸게 거는 신체 부위가 바로 손이다. 손과 관련된 징크스도 넘쳐난다. 닉 팔도는 투어 생활 중에 월요일마다 손톱을 깎았다. 3, 4라운드가 진행되는 주말에 길어진 손톱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벤 호건은 손가락에 기를 불어넣는다는 믿음으로 생강맛 나는 청량음료인 진저에일을 마시곤 했다. 이뇨 효과가 있어서 과도한 체액을 배출하고 손에 날렵한 느낌을 줬기 때문인 것 같다. 진 사라센은 시합에 나가기 바로 전에 항상 더운 물에 손을 씻곤 했다.

골프 선수에게는 손이 생명이기 때문에 심지어 악수도 함부로 하지 않았다. 챔피언스투어에서 활약하던 빌리 캐스퍼는 팬들과 악수를 할 때 두 개의 손가락만으로 얌체처럼 까딱거리곤 했다. 그게 유행으로 번져 치치 로드리게스, 프레드 커플스, 리 트레비노 등의 선수들도 두 손가락 악수를 따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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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프로 데뷔한 김재호는 지난해부터 양손 장갑을 끼고 시합에 나온다. [사진=KPGA]


골퍼에게 가장 중요한 손을 보호하기 위해 골프장갑이 나왔다. 임팩트 때의 충격을 흡수해 부상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스윙 중에 클럽이 회전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회전축의 힘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골퍼들이 왼손에만 장갑을 끼는 이유는 그립을 잡는 손이기 때문이다. 오른손은 왼손을 덮어주기 때문에 굳이 양손에 장갑을 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마추어 여성들은 대부분 양손 장갑을 낀다. 그건 미용상 이유이거나 패션 때문이다. 여름날에 한 쪽 손만 검게 태운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의미도 있다. 양손 장갑을 끼는 여자 선수가 없는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말 성매매 단속에 걸리면서 체면을 구긴 토미 게이니는 야구 배트를 잡는 듯한 베이스볼 그립을 잡는다. 게다가 양 손에 검은 장갑을 끼고 경기를 해서 ‘양손 장갑(Two Gloves)’이라는 별명을 가진 선수다.

국내 코리안투어(KPGA) 선수 김재호는 지난해 양손 모두 장갑을 끼고 경기장에 나섰다. 2008년 투어에 데뷔한 그는 지난해 겨울 전지훈련부터 양손에 장갑을 끼었다고 한다. “손에 땀이 많은 편인데 샷을 하기 전에 수건으로 손을 닦고 그립을 닦는 과정이 어느 순간 굉장히 신경 쓰였다”는 게 양손 장갑을 끼는 이유다. 물론 퍼트를 할 때는 장갑을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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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SMBC싱가포르오픈에서 장갑을 낀 채로 퍼트 라인을 살피는 김주형.


반대로 땀이 찬다는 이유로 골프 장갑을 아예 착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경기하는 선수도 있다. 프레드 커플스, 코리 페이빈이나 멕시코의 골프여제 로레나 오초아는 맨손으로 골프채를 잡았다. 커플스는 고향인 시애틀 날씨가 습기가 많아 장갑을 끼면 땀이 차기 때문에 장갑 없이 샷을 한다. 그래서 땀이 날 때면 샷 전에 수건으로 그립을 깨끗이 닦곤 한다.

18세로 올해 아시안투어에서 활동하는 김주형은 퍼트를 할 때도 장갑을 벗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장갑을 벗지 않고 퍼트를 해서 그런지 장갑을 끼는 게 편하다”면서 “맨손보다 장갑을 끼고 퍼트를 할 때 어드레스가 잘 나온다”고 말한 바 있다. 선수들마다 취향과 기호가 다르다.

황제 우즈는 대회 마지막날 빨간 티셔츠를 입고나와 다른 선수들이 따라하고, 칼라가 없는 라운드티 상의를 입고 나와 골프 패션을 주도했으나 그의 테이핑 만큼은 따라하는 선수가 없다. 장갑도 선수들마다 비슷한 이유로 끼거나 혹은 벗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나름의 취향을 가지는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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