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후 자가격리…밸런스 유지를 위해 옥상서 점프 훈련
"힘든 훈련 환경이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할래요"
공중 유영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간판 유영(16·수리고)은 지난해까지 비시즌 훈련을 해외에서 진행했다.
전담 지도자인 타미 갬빌, 하마다 마에 코치와 함께 새 시즌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는 과정이었다.
올해 계획도 비슷했다. 미국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혹은 일본 오사카에서 전담 지도자들과 함께 '필살기' 트리플 악셀 점프의 완성도를 높이고 쿼드러플(4회전) 점프까지 도전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유영의 계획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문제로 틀어졌다.
출입국 길이 사실상 막히고, 현지 아이스링크가 문을 닫자 유영은 국내 훈련을 결정했다.
유영은 최근 2주간 자가격리를 한 뒤 몸 상태 회복을 위한 지상 훈련 과정을 거쳐 다시 빙상 훈련을 시작했다.
14일 이른 오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만난 유영은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가 취소된 뒤 조금 힘든 시기를 겪었다"며 "다시 훈련을 시작한 만큼 긍정적인 자세로 새 시즌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크 쓰고 훈련하는 유영 |
지난 시즌 유영은 트리플 악셀을 앞세워 국내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 1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동계유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했고, 2월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메이저급 대회인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해당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건 김연아(은퇴) 이후 11년 만이었다.
유영은 좋은 분위기 속에 지난 3월 ISU 피겨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캐나다 몬트리올에 입성했다.
유영에겐 생애 첫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기회였다.
그러나 해당 대회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회를 불과 나흘 앞두고 취소됐다.
꿈의 무대를 코앞에 뒀던 유영은 그대로 귀국했다. 그리고 정부 방침으로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인터뷰하는 유영 |
유영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격리 생활은 신체 밸런스가 생명인 피겨 선수 유영에게 치명적이었다.
몸무게가 조금씩 늘었고, 감각은 무뎌졌다.
유영은 자택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쉬지 않고 점프 훈련을 소화했다.
딱딱한 옥상 바닥을 수없이 내디디며 이를 악물었다.
자가격리 해제 후엔 강도 높은 지상 훈련으로 체력과 감각 회복에 힘썼다.
인터뷰하는 유영 |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빙상장에 나왔지만, 지금도 훈련 환경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해외에 있는 전담 지도자와 함께 훈련할 수 없다는 게 크다.
유영은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훈련 모습을 영상 촬영해 일본에 있는 하마다 코치에게 보내고 피드백을 받는 방식으로 훈련하고 있다.
하네스 로프(피겨에서 점프 연습을 위해 사용하는 기구)를 잡아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 본격적으로 훈련하려고 했던 쿼드러플 점프는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문제다.
피겨스케이팅 시즌은 보통 10월에 시작하는데,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될 경우 재개를 장담하기 어렵다.
새 시즌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권도 달려있다.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유영은 긍정적이고 의젓한 자세로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심리적으로 불안한 감이 없지 않다"며 "목표를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른다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영은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쓰고 있다"며 "새 시즌 일정이 미뤄진다면 그만큼 연기를 가다듬을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이 유영 |
그는 새 시즌 재개 여부와 관계없이 새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유영은 "쇼트는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프로그램, 프리스케이팅은 중성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으로 짰다"며 "어서 빨리 코로나19 문제가 사라져 새 프로그램을 팬들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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