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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훈련으로 부상 예방하고 다쳤을 땐 재활 트레이닝… 대한민국 무용수 ‘보디가드’로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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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 비즈]

벧쎌 재활&트레이닝센터 박태순 대표

동아일보

박태순 벧쎌 재활&트레이닝센터 대표는 대한민국 대표 발레 무용수들이 다치지 않게 훈련시키고, 수술을 요하는 부상을 당했을 때 ‘가속화 재활’로 회복 기간을 단축해주고 있다. 박 대표가 재활기구 위에서 훈련하는 한 학생 발레리나의 자세를 잡아주고 있다. 박태순 대표 제공


박태순 벧쎌 재활&트레이닝센터 대표(47)는 대한민국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보디가드’로 불린다. 무용수들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몸을 소중하게 보호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기에 붙여진 별명이다. 다양한 훈련으로 부상을 예방해주고, 다쳤거나 심한 부상으로 수술을 했다면 재활 트레이닝을 통해 빠른 시간에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다.

박 대표가 무용수 전문 트레이너가 된 배경엔 남다른 관찰력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물리치료사로 일할 당시 발레 무용수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운동선수 못지않게 부상이 많았다. 박 대표는 “엄청나게 몸을 혹사하는데도 그들을 제대로 돌봐주는 곳이 없었다”며 “이후 발레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발레 수업을 듣고 유명 교수로부터 개인교습까지 받은 그는 2006년 센터를 열고 무용수 전문 재활 연구를 시작했다. 공연이 있는 날이면 무용수들을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부상 원인을 찾았다. 그 결과 5, 6시간 이상 버틸 수 있는 근지구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무용수들은 공연하는 날이면 몸 풀고 리허설하고 실제 공연까지 5, 6시간을 계속 움직인다”며 “하지만 매일 연습시간은 2, 3시간에 불과했고, 이 차이가 부상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를 찾은 무용수들은 6시간씩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았다. 플로어 운동(앉아서 하는 운동) 2시간, 스탠딩 운동(서서하는 운동) 2시간, 유산소 운동 2시간으로 이어지는 강도 높은 훈련이다. 초기에 무용수들은 박 대표식 트레이닝을 꺼렸다. 몸매가 망가진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훈련을 받은 무용수들의 부상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현재는 박슬기(국립발레단) 김지영(경희대 교수) 김주원(성신여대 교수) 김현웅(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무용수들이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학에서 물리치료를 전공한 박 대표는 본격적인 재활연구를 위해 공부도 병행했다. 연세대 보건과학대 재활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응용과학대학원 스포츠의학과에서 운동처방과 운동치료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가공인물리치료사(보건복지부)와 생활체육지도자 1급 자격증(문화체육관광부)도 땄다. 미국 올라 그림스비에서 시행하는 매뉴얼 세러피스트(맨손으로 직접 만져서 하는 치료) 공부도 했다.

박 대표 재활훈련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짧은 재활 기간이다. 비결은 ‘가속화 재활’로 불리는 방식으로, 수술과 동시에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1990년대 시작된 방법이다. 그는 “수술 후 바로 재활을 시작한 그룹과 상처가 아물고 통증이 없을 때까지 기다린 뒤 재활에 들어간 그룹을 비교하면 바로 재활을 시작한 그룹의 회복 기간이 훨씬 짧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육은 2주 정도 사용하지 않으면 50%가, 4주가 지나면 75%가 사라진다”고 지적한 뒤 “의사들은 아프면 움직이지 말라고 하지만 근육은 움직여도 된다”고 강조했다. 또 “허벅지, 장딴지 등 무릎 상처 부위를 뺀 근육에 힘을 줬다 빼는 등척성운동(근육은 수축하지만 근육의 길이나 움직임에는 변화가 없는 운동)이라도 해야 근육이 빠지지 않는다”며 “병상에 누워서도 근육을 움직여줘야 다시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방식을 적용한 대표적 사례가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김기완이다. 2008년 아킬레스힘줄이 완전히 파열돼 병원에선 움직이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깁스를 한 상태의 김기완에게 재활운동을 시켰다. 그 결과 최소 12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김기완은 8개월 만에 무대에 복귀했다. 박 대표는 “수술하고 1개월이 지난 뒤 재활을 시작하면 최소 6개월 이상 재활운동에 매달려야 한다”며 “바로 재활에 들어가면 2∼4개월이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어 “아파도 두려워하지 말고 움직여야 하고, 그래야만 필드로 나가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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