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3 (월)

이강철은 이대은의 잔여 1% 충전을 기다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수원 전영민 기자] “믿어볼 때까지 믿어보려고 합니다.”

이강철(54) KT 감독은 심지가 굳다. 아무리 팀 성적이 좋지 않아도 잘하는 선수의 보직 이동은 생각하지 않는다. 괜한 이동으로 좋은 밸런스나 느낌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20시즌 초반 김민혁이 타격 난조에 시달릴 때 배정대를 상위 타순으로 고려하지 않았던 이유다. 반대로 부진한 선수도 좋은 모습을 보일 때까지 믿고 기다린다. 그래서 김민혁은 생각보다 빠르게 감을 찾을 수 있었다. 이강철 감독이 지금의 KT를 만든 비결 중 하나다.

그런데 이 감독에게 고민을 안기는 선수가 하나 있다. 마무리투수 이대은(31)이다. 안정적으로 이닝을 막았다고 하기는 부족하고 호투라고 칭하기에는 어색하다. 중간 지점에서 애매한 줄타기를 하면서 이 감독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벌써 일곱 차례 등판했는데 세이브는 단 하나. 두 차례 블론세이브를 범했고 2패와 평균자책점은 6.75까지 수직상승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진 모습을 보인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굳건히 9회를 지켰던 모습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 감독은 그래도 이대은을 믿는다. 자신만의 철학과 더불어 이대은이 했던 말도 있기 때문이다. 이대은은 지난 16일 수원서 삼성전을 마친 뒤 이 감독에게 “이제 1% 정도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감각적인 부분과 잘해야만 한다는 정신적인 부분이 겹치면서 애를 먹었는데 이제 정상 궤도가 서서히 보인다는 의미였다. 선수의 자신감 있는 모습에 이 감독은 한시름을 덜을 수 있었고, 이대은의 말대로 남은 1%를 기약하기로 했다.

지난 19일 수원 한화전은 이대은의 ‘잔여 1%’를 채울만한 계기였다. 13-10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해 올 시즌 첫 세이브를 챙겼다. 홈런을 얻어맞은 것이 아쉽지만 마무리투수로서 팀의 승리를 지킨 것, 세이브를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수확이다. 이전까지 찬스마다 세이브를 기록하지 못했던 만큼 피홈런보다 마수걸이 세이브라는 성취물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

타자들의 부진이 연패로 이어지자 한숨을 내쉬던 이 감독은 이제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이제 중간만 자리가 잡히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오는 21일에는 필승계투조 김재윤, 김민수도 다시 1군에 올라올 전망이다. 이 감독은 “(이)대은이를 믿어볼 때까지 믿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KT 제공

ⓒ 스포츠월드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