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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선동열이 잘 막아줘 23승 챙긴 조계현 ‘해태의 피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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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1993년부터 마무리 맡으며 선발 꿰찬 조계현 그해 17승 다승왕

13시즌간 통산 126승 거둔 조계현, 선동열 일본 진출 뒤엔 42승 그쳐

동아일보

선동열·조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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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에서 마이클 조던(57)의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왕조를 다룬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를 방영하면서 조던이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역대 투수 가운데 조던과 비슷한 임팩트를 가진 선수로는 선동열(57·전 야구 대표팀 감독)을 꼽을 수 있다. 일단 우승 횟수가 여섯 번으로 똑같다. 그리고 ‘넘버 1’ 조던이 ‘넘버 2’ 스코티 피펜(55)과 그랬던 것처럼 2인자와 도움을 주고받았다는 점도 비슷하다.

최동원(1958∼2011)은 개인적인 실력 면에서는 선동열과 역대 최고 투수 자리를 다툴 만하지만 당시 롯데 마운드에는 피펜 같은 ‘특급 도우미’가 없었다. 1984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최동원 혼자 1∼7차전 가운데 5경기에 출전해 혼자 4승(1패)을 기록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두 선수와 함께 1980, 90년대 한국 투수 트로이카로 꼽혔던 김시진 KBO 기술위원장(62·전 롯데 감독)은 결정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기록이 없다. 김시진은 한국시리즈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6개)을 맞으면서 가장 많은 점수(26점)를 내주고 승리 없이 가장 많이 패한(7패) 투수다. 2000년대 이후 최고 투수로 꼽히는 류현진(33·토론토) 역시 KBO리그 한화 시절에는 ‘소년 가장’에 가까웠다. 우승 기록도 없다. NBA 선수와 비교하자면 류현진은 ‘무관의 제왕’으로 불리는 찰스 바클리(57)에 가깝다.

그렇다면 ‘선동열의 해태 왕조’에서 피펜은 누구였을까. 사실 피펜은 조던이 ‘2인자’로 키우려고 물심양면으로 도운 선수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선동열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거둔 146승 가운데 정확하게 절반인 73승은 선발승, 나머지 73승은 구원승으로 따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선동열은 통산 132세이브 기록까지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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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지금처럼 체계적으로 투수 보직을 나누지도 않았고, 마무리 투수에게 1이닝만 맡기지도 않았다. KBO리그 통산 세이브 1위 오승환(삼성)은 전체 277세이브 가운데 67.1%인 186세이브를 1이닝 이하를 던져 따냈다. 반면 선동열은 통산 세이브 가운데 59.1%인 89세이브를 2이닝 이상 던져 얻어냈다.

당대 최고 투수였던 선동열이 경기 중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건 상대팀에 공포 그 자체였다. 실제로 1988년 한국시리즈 6차전 때 김응용 당시 해태 감독은 손가락 부상으로 공을 던질 수 없었던 선동열에게 불펜에서 몸을 풀라고 지시했다. 상대팀 빙그레(현 한화)에 심리적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였다.

선동열이 승리를 가장 많이 지켜준 동료는 ‘싸움닭’ 조계현(56)이었다. 선동열의 통산 132세이브 가운데 23세이브는 조계현의 승리를 지켜내면서 얻은 기록이었다. 선동열과 함께 뛰는 동안 조계현이 84승을 기록했으니 전체 승리 가운데 27.4%가 선동열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선동열이 조계현의 뒤를 지켜준 효과는 통산 승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선동열이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한 1995년 이후에도 조계현은 6년 더 프로 무대에서 활약했다. 이 기간에는 선동열과 함께 거둔 승수의 딱 절반인 42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사실 데뷔 초 불펜으로 뛰던 조계현이 선발 기회를 얻은 것부터 선동열 덕이었다. 1993년부터 선동열이 건초염으로 마운드를 오래 지킬 수 없게 되면서 물러난 선발 자리를 조계현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조계현은 이해 곧바로 17승(6패)으로 다승왕을 차지하면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선동열도 마음 놓고 마무리 투수로 변신하면서 일본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조던과 피펜이 서로에게 도움이 됐던 것처럼 선동열과 조계현도 그랬던 것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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