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태/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저도 제가 더 나오면 화날 것 같아요."
지난 13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 주인공인 이정훈(김동욱 분) 앵커와 배우 여하진(문가영 분)을 괴롭히던 스토커 문성호를 연기한 주석태의 대답은 이랬다. 스토커 문성호는 이정훈, 여하진과 악연으로 얽힌 인물. 이정훈의 첫사랑인 정서연(이주빈 분)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자, 어렵게 아픈 기억을 딛고 여하진과의 사랑을 시작하려는 이정훈에게 또 한 번 불행과 위기를 안긴 인물로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멜로 장르인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 스릴러 장르를 책임질 만큼, 긴장감을 주는 인물이었지만 실제 만나본 주석태는 "문성호가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셀프 디스를 하는 등 유쾌한 입담이 넘치는 배우였다. 2006년 영화 '구세주'로 데뷔해 올해 15년차가 된 배우로 '슬기로운 감빵생활' '붉은달 푸른해'에 이어 '그 남자의 기억법'으로 점차 빛을 보고 있다. 영화 '모던보이'에서 자신의 연기에 대해 반성하고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배우로서 달리기 시작했다는 주석태.
"준비는 어렵게 하고 연기는 쉽게 하라"는 자신만의 철저한 연기관을 갖고 매 작품마다 열정을 다하고 있다. 그 덕에 '그 남자의 기억법' 애청자들에게 강렬하게 각인됐고, "의도한 부분에서 정확하게 미워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할 수 있었다. 그간 다수 작품에서 주로 악역을 맡아왔지만 "아직까지 전공 분야는 안 보여드렸다. 악역은 부전공일 뿐"이라 자신있게 말하는 모습에서 준비된 배우라는 사실이 새삼 실감됐다. 그런 주석태와 '그 남자의 기억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주석태/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N인터뷰】①에 이어>
-2006년에 정식 데뷔해 이제 15년차 배우가 됐다. 무명시절 어려움도 겪었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지금의 배우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배우라는 직업은 제가 선택한 길이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작은 자존심을 남겨둔 채 15년을 온 것 같다. 만약 그 선택을 바꾸면 15년 전 선택한 것이 틀린 것이 되니까 자존심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공대생이었다가 배우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알고 있다.
▶원래는 집안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 공장을 다니면서 지방대에서 전자공학과를 전공했었다. 1년 정도 다니다 보니 취업의 한계점이 있더라. 취업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될 시점에 휴학이 아니라 자퇴를 했다. 그러다 '남자셋 여자셋' 시트콤을 보다가 '저기에 내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이후 1998년에 연기학원을 다니게 됐고 2000년도에 국민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하게 됐다.
-지금의 주석태가 되기까지 각별히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두 작품이 있다. 2008년 개봉한 정지우 감독님의 영화 '모던보이'라는 작품이다. 그 작품은 '내가 연기를 얼마나 못하고 있구나' 깨닫게 해준 작품이다. 제가 연기를 못하면서 제 역할의 대사 절반이 다른 배우에게 갔다. 내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궁금증을 계속 갖다가 영화 촬영이 끝나고 개봉을 했는데 '내가 틀려먹었었구나' 새삼 느끼게 됐다. 그 이후 연기에 대해 더욱 공부하게 됐다. 그 전까지는 나름 연기를 할 줄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연기를 몰랐던 거다. 이후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드라마를 만났는데 이전에는 걸어왔다고 표현할 수 있다면, 이 드라마 이후에는 배우로서 달리기 시작한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슬럼프가 있다면.
▶힘들었던 시기는 많았지만 '이 길이 맞나' 이런 생각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가 안 되고 있다면 '되려면 뭘 해야 하지?' 이 생각을 계속했다. '프로필 사진이 안 좋은가? 발음이 안 좋은가?' 등 생각을 하면서 이겨내려 했다.
배우 주석태/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5년차 배우가 되면서 자신만의 연기관이 있다면.
▶'준비는 어렵게 하고, 연기는 쉽게 하라'고 얘기하곤 한다. 준비는 날밤 새우면서 하고 현장에서 아주 쉽게 하라는 얘기다. 저는 그래서 캐릭터를 준비할 땐 그 캐릭터로서 논다고 생각하며 산다. 문성호 같은, 우울하거나 마이너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는 빠져나오려고 한다. 반면 '나 이 캐릭터를 계속 갖고 있고 싶다'고 생각이 들게 하는 캐릭터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캐릭터가 '킹덤' 시즌1에 내금위장 이도진 역할로 나오는데 저는 이 캐릭터를 버리기가 싫었다. 주석태로서는 갖지 못하는 위엄과 체력을 버리기가 싫더라.(웃음) 다만 배우로서 다작을 하고 있는 상태라 시즌 끝나면 또 다른 역할 맡기 때문에 또 다른 방을 내줘야 해서 빨리 빠져나오는 편이다.
-이번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는 '준비는 어렵게 하고 연기는 쉽게 하라'는 연기관을 잘 적용한 것 같나.
▶준비는 촬영 들어가기 직전까지 해놓고 이 사람은 나한테 들어왔다고 믿었다. '문성호는 나한테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사실 그래서 좋아하시는 분들은 좋아하시고 싫어하시는 분들은 싫어하시는데 제가 애드리브가 많은 편이다.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 시도한 애드리브는 무엇인가.
▶애드리브는 감독님과 상의된 것도 있다. 상의가 처음에 됐던 건 서연이에게 족쇄를 채우고 침대에 앉혀놓고 정훈과 통화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서 감독님께 뭐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말씀드렸다. 반지를 서연이에게 끼웠는데 안 맞아서 꾸역꾸역 끼워넣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감독님께서 반지를 준비해놓으셨더라. 또 서연이의 유골함에 키스하는 장면을 애드리브로 하기도 했다.
-아직 갈증을 느끼는 캐릭터와 장르가 있다면.
▶갈증을 느끼는 부분은 선역을 많이 못해봤다는 점이다. 그간 악역을 많이 해왔는데 악역만의 장점을 꼽자면 평소에 하지 않던 고함 지를 수 있다는 점, 파괴적인 행동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 정도다.(웃음) 악역을 선호하시는 배우 분들도 많은데 임팩트나 집중도 때문에 그럴 수 있다. 저도 덕분에 시청자 분들의 관심을 받은 것 같다.
-감독들이 주석태 배우에게서 왜 악역을 떠올릴까.
▶한 감독님이 말씀해주신 건데, '어디까지 하는지 한번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 그 감독님은 '그냥 놔둘테니까, 석태씨 잘하는 것 있잖아. 다 해보세요'라고 하셨다. 믿어주신 부분에 감사했다.
배우 주석태/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 남자의 기억법'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반 농담 섞어서 말씀드리고 싶은데, 제가 의도한 부분에서 정확하게 미워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웃음) 제가 머리를 막 쓸어넘기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시청자 분들께서 '징그러워 죽겠다'고 하시더라. 평소 연기하기 전에 자료를 많이 찾아보진 않는데 몇개 찾아봤다. '세븐' '마담 사이코'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조커 등 영감 받은 것들이 있었다. 문성호의 머리를 보면 기름이 져서 굉장히 징그러워 보이기도 한다. 탈옥한 장면 이후에는 머리를 안 감은 느낌을 많이 내려고 했고, 바람이 불면 그 머리를 넘겨서 시청자분들이 최대로 미워해주셨으면 했다. 싫어하는 게 아니라 정말 미운, 밉상으로 보이길 바랐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시청자 분들한테 듣고 싶은 말은…. 믿고 보는 배우다. 믿고 본다는 말은 진짜 좋은 말인 것 같다. 의심하지 않고 '무조건 연기 잘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은…. 아직까지 전공 분야는 안 보여드렸다. 악역은 부전공이다. 앞으로 전공 분야에 더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란다.
aluemchang@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