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구창모, 배제성, 김민우, 최채흥.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예상치 못한 타고투저 시대. 혜성처럼 등장한 영건들이 타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왼손 에이스 계보를 이을 투수와 수 년째 기근현상을 보이던 우완 정통파 투수들이 시즌 초반 평균자책점, 다승왕 레이스를 이끌고 있다. 특급 외국인 투수들이 대거 입성한 올해, 영건이 받아들 성적표에 야구팬의 눈길이 모이고 있다.
그간 한국 야구, 특히 선발 투수 부문에서는 10년 이상 류현진(33·토론토),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양현종(32·KIA)의 시대가 이어졌다. 세 투수가 나날히 성장하며 한국 야구를 지탱할 대들보가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세 투수의 뒤를 이을 특급 토종 에이스가 나오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아직까지도 영향력이 큰 세 투수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 가면서 마운드 세대 교체에 대한 갈망과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그런 점에서 시즌 초반 등장한 영건들의 활약은 한국 야구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밝혀주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투수는 NC의 미래 구창모(23)다. 올시즌 3경기에 등판해 2승을 챙긴 구창모의 평균자책점은 0.41로 리그 전체 1위다. 22이닝을 소화하며 안타를 8개 밖에 내주지 않았고, 자책점은 1점에 불과하다.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도 0.55로 역시 리그 1위다. 프로 데뷔 후 마운드에서 멘탈이 자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등 자리를 잡지 못했던 구창모는 올시즌 모든 부분에서 업그레이드를 이루며 리그 정상급 좌완 투수로 발돋움했다. 본인도 “올시즌은 다를 것”이라며 달라진 모습을 예고했는데, 현재까지는 그의 말대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내고 있는 중이다.
젊은 피로 무장한 KT 토종 선발진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팀창단 최초 토종 10승 고지에 오른 배제성(24)은 올시즌 초반부터 지난해 좋았던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3경기에서 1승밖에 챙기지 못했지만, 등판한 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할 정도로 투구 내용은 좋았다. 구창모, 에릭 요키시(0.53)과 더불어 평균자책점 0점대(0.89)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올시즌 프로 데뷔한 소형준(19)은 새내기답지 않은 담대한 투구로 KBO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공교롭게도 등판한 2경기 모두 비가 왔는데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모두 승리를 따냈다. 이제 막 시작하는 투수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기대가 된다.
한화에서는 김민우(25)와 김이환(20)의 페이스가 돋보인다. 개막 전까지 한화의 토종 선발진에 붙어있던 의구심을 두 투수가 앞장서 떼어내고 있다. 터질 듯 터지지 않아 애를 태운 김민우는 첫 등판 경기(4.1이닝 3실점) 이후 2경기에서 모두 QS+를 달성해 완연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승리운이 뒷받침되지 않아 아직 승수를 추가하진 못했지만 이전에 보이지 않던 마운드에서의 안정감이 김민우의 향후 등판을 기대케 한다. 프로 2년차 김이환도 존재감을 널리 알리는 중이다. 강타선을 보유한 키움과 롯데를 상대로 단 2실점만 했다. 한용덕 감독은 지난해부터 김이환에 대한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했는데, 그 이유를 올시즌 실력으로 증명하고 있다.
시즌 초반 타선보다 마운드에서 힘을 내고 있는 삼성에도 최채흥(25)이라는 좌완 영건의 활약상이 눈에 띈다. 지난해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마당쇠 역할을 했던 최채흥은 올시즌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아 외국인 투수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중요할 때마다 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기며 ‘연패 스토퍼’로 자리잡았다. 다승 단독 1위 최채흥은 삼성 마운드 세대 교체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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