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에서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윤기’ 역을 연기한 이무생. 사진ㅣ유용석 기자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오늘 비 오는데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우 이무생(40)은 드라마 속 모습 그대로 예의 사람 좋은 ‘젠틀남’이었다. 폭풍처럼 휘몰아친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그는 유일한 쉼표 같은 남자였다.
이무생은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윤기’로 분해 마지막까지 애틋한 순애보를 그리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김윤기’는 의도치 않게 지선우(김희애 분)의 삶을 지켜보고 곁을 맴돌며 정신적 안식처가 되어주는 존재였다. 특히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그의 인기는 뜨거웠다. “분량 좀 늘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존재만으로도 명품”이라며 ‘이무생로랑’이라는 애칭까지 붙여줬다.
지난 19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무생은 “너무 감사한 애칭이다”며 “어떻게 그런 별명을 지으셨는지 신기하기도 하다”며 웃었다.
드라마의 신드롬급 인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실감하기도 했던 그였다. “밖에 돌아다닐 순 없었지만, 방영 중 다음을 궁금해하는 지인들의 전화가 많이 왔다.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다”며 “작품을 끝낸 지금, 이렇게 기자 여러분들을 만나고 여러 질문을 받으면서 머릿 속이 좀 정리가 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윤기’로서도, 배우 이무생으로서도,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되더라. ‘부부의 세계’지만 인간에 대해 얘기한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다”고 돌아봤다.
‘부부의 세계’는 ‘배우들의 세계’라 할 만큼 연기 맛집으로 통했다. 이무생은 “그 불구덩이 속에서 어떻게 연기했냐”는 질문에 “감독님, 작가님을 믿고 편안하게 연기했다. 감독님도 크게 부담갖지 말라고 하셨다. 선배님들도 (연기를) 잘 받아주셔서 불구덩이 안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답했다.
이무생은 “‘부부의 세계’를 통해 “존재만으로도 명품”이라는 ‘이무생로랑’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사진ㅣ유용석 기자 |
모완일 감독과 주현 작가는 서로 다른 전작들을 보고 ‘김윤기’ 역에 이무생을 떠올렸다. 감독은 ‘60일, 지정생존자’를 보고 그에게 미팅을 제안했고, 작가는 ‘봄밤’을 보고 ‘저 배우’라고 했단다.
“작가님이 ‘봄밤’을 보다 ‘이런 배우가 있구나’ 생각하던 차에 감독님이 저에 대한 얘길 하셨대요. 그러면서 ‘60일 지정생존자’를 보라고요. 두 작품에서 제 모습이 다르잖아요. 악역인지 선역인지 모를 것 같은, 그런 지점을 염두에 둔 건 아닐까 싶어요.”
‘부부의 세계’는 영국 BBC 드라마 ‘닥터포스터’를 원작으로 했다. 원작에선 주인공과 ‘썸’을 타는 과학 교사, 아들을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가 따로 있었지만 한국판으로 리메이크되면서 변주됐다. 어쩌면 ‘김윤기’는 이 두 인물이 합쳐진 인물 같다.
이무생은 “원작은 일부러 보지 않았다. 한국 버전 대본에 더 몰입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대신 정신과 전문의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캐릭터를 연구해나갔다.
“제 말투가 그렇게 느린 건 아닌데, 일부러 차분하게 느리게 했고요. 지인을 통해서 정신과 의사가 상담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들었죠. 극중에도 나오지만 ‘전이’ ‘역전이’란 게 있더라고요. 환자가 의사 감정에 전이되는 경우도 있지만, 의사가 환자 감정에 역전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요. 제 나름대로 배우로서 다가가는 재미를 찾아갔던 것 같아요. 인간 김윤기로서도 존재하는 거니까요. 후반부에 여병규 회장(이경영 분)을 만나면서 다른 형국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제는 지선우를 위해서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바라봐주고 지켜줬다면, 여병규 회장이란 큰 산을 만나면서 지선우가 부러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거죠.”(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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