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구하라의 친오빠 구호인 씨가 21대 국회에서의 ‘구하라법’ 통과를 촉구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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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사랑하는 동생 하라를 위한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카라 출신 고(故) 구하라의 친오빠 구호인 씨가 21대 국회에서의 ‘구하라법’ 통과를 촉구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소통관에서 ‘구하라법’의 지속적인 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고 구하라의 친오빠 구호인 씨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송기헌 의원, 노종언 변호사가 참석했다.
고 구하라의 사망 이후 구호인 씨의 청원에 의해 입법이 추진됐던 ‘구하라법’은 직계존속 또는 직계 비속에 대한 보호·부양 의무를 현저하게 해태한 자를 상속 결격 사유에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민법은 가족을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상속 결격 사유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구하라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의 ‘계속심사’ 결정을 받았을 뿐, 지난 19일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이 가운데 20대 국회의 임기 종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며 ‘구하라법’은 사실상 자동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20대 국회에서 ‘구하라법’ 대표 발의를 했던 서 의원은 “어제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20대 국회의 법안심사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일명 ‘구하라법’도 자동 폐기됐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20대 국회에서는 입법되지 못했으나, 21대 국회가 시작되면 여러 의원님들과 함께 상의해서 ‘구하라법’ 민법 개정안을 바로 재발의 하겠다. 그리고 입법을 추진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을 약속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구하라법 입법청원 대리인 노종언 변호사는 일각에서 제기한 ‘구하라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반박했다.
노 변호사는 “일부는 직계존속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 상속해서 제외한다면 법적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해 상속관계에 관한 법적 안정성이 심각하게 저해된다고 한다. 또 이미 지금 민법이 유언이나 기여분제도를 통해 부양의무 이행 여부를 고려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하지만, 이것이 정의와 상식에 반하는 결과를 정당화 할 정도인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각에서는 부양의무를 해태한 경우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법뿐만 아니라 법원의 판단을 통해 구체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라고도 말했다.
끝으로 노 변호사는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구하라법’이라는 화두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한 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구하라법’ 제정을 촉구했다.
고(故) 구하라의 친오빠 구호인 씨가 구하라의 사망 이후 친모가 보인 비상식적인 행태를 폭로하며 ‘구하라법’의 통과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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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발언대에 선 구하라의 친오빠 구호인 씨는 “친모는 구하라가 9살, 제가 11살이 될 무렵 가출해 거의 20여 년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 기간 동안 아버지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전국을 전전했고 저희들은 할머니와 고모의 보살핌 속에 서로를 의지하며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가정을 외면했던 모친에 대해 언급했다.
또 “하라는 겉으로 항상 씩씩하고 밝은 동생이었으나 항상 아프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동생이었다”며 “평생 친모로부터 버림받았던 트라우마와 친모에 대한 그리움과 싸우며 살아갔다”고 생전 구하라가 친모로 인해 심적으로 고통 받았음을 덧붙였다.
구 씨는 2019년 11월 구하라의 사망 이후 갑작스럽게 나타난 친모의 비상식적인 행태 역시 꼬집었다. 그는 장례 당시 갑작스럽게 찾아온 친모가 가족들의 항의에도 아랑곳 않고 상주 역할을 하겠다고 난동을 피우고, 녹취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조문 온 연예인들과 인증샷을 남기려고 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했다며 발인 이후에는 변호사를 통해 구하라 소유 부동산 매각대금 절반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구 씨는 “구하라법이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소급입법의 원칙 상 저희 가족이 진행 중인 상속재산분할사건에는 개정된 법이 바로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하라법 입법청원을 적극 추진한 이유는 저희 가족 같은 비극이 우리 사회에서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끝으로 구 씨는 “구하라법의 통과가 평생을 외롭게 살아갔던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 제가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며 21대 국회의 ‘구하라법’ 입법을 호소했다.
구 씨는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취재진과의 짧은 질의응답에서 “20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가 되지 않아 가슴이 아프다”며 “이 슬픔과 아픔 때문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한 뒤 눈시울을 붉히며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잘 처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을 이어간 구 씨는 소급적용이 되지 않음에도 입법을 추진하고 나선 데 대해 “겉으로는 괜찮은 척을 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분하고 힘들었다”며 다시금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동생이 살아온 삶을 알기 때문에 동생이 너무 불쌍해서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이 아픔이 저 말고도 다른 분들도 겪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며 “저 같은 상처를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았으면 해서 법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구하라법’ 입법 추진 이후 친모 측에서 관련해 연락을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엔 “지금까지 친모 측에서 연락을 해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도 답했다.
이에 대해 노종언 변호사는 “(친모 측으로부터) 개인적으로 연락은 없고 소송사 답변서를 통해서 3월경 5:5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답변서를 공식적으로 딱 한 번 받은 것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21대 국회에서의 ‘구하라법’ 통과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힌 노종헌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는 ‘구하라법’의 통과 추진을 조금 속도감 있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해 입법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한편, 구 씨는 지난 3월 광주가정법원이 친모를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구 씨는 고 구하라와 자신의 친모가 20년 전 가출한 뒤 보호·부양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으나 구하라의 사망 이후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구하라의 친모는 상속 순위에 따라 직계 존속이 재산의 50%를 상속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구 씨는 친모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관련한 재판은 오는 7월 1일 오후 3시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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