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고척 권영준 기자] “박병호는 살아날 것”이라고 했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가 아니라 ‘언제’ 살아나느냐는 것이다. 창단 첫 우승을 노리는 키움 히어로즈의 중대한 과제이다.
키움 중심 타자 박병호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올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이 빠졌다. 21일 현재까지 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189(53타수 10안타) 2홈런 7타점에 머물러 있다. 출반은 좋았다. 개막 후 4경기까지 타율 0.375(16타수 6안타) 2홈런 5타점을 몰아쳤다. 하지만 이후 10경기, 즉 최근 11경기에서는 타율 0.108(37타수 4안타) 0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손혁 키움 감독은 박병호의 부진을 두고 “박병호는 박병호다. 살아날 것”이라고 확신하며 “누구에게나 좋지 않은 기간은 있다. 슬럼프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타격감이 좋았다가 최근 몇 경기 안 좋아진 것이다. 본인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을 것"이라며 "나도 박병호에 대한 언급은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 스스로 잘 극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병호 살아나리라는 것은 사실 누구나 예상한다. 시즌마다 주춤한 시기가 있었으나, 결국 자기 기록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왔다.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릴 만큼 어린 선수도 아니며, 미국 무대를 경험하고 왔을 만큼 경험도 풍부하다. 자기 관리에도 철저한 선수다.
다만 관건은 ‘시기’에 있다. 박병호가 이처럼 시즌 도중 극도의 부진에 빠지는 현상은 지난 시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넥센(키움) 이적 이후 풀타임 주전으로 자리 잡은 2012시즌부터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서기 직전인 2015시즌까지 개막 직후, 종료 직전을 제외하고 꾸준한 성적을 냈다. 부진하다고 해도 2할5푼 이상이었다. 미국에서 돌아온 2018시즌에도 월별 최저 타율이 3~4월 18경기 0.288 4홈런이었다.
그런데 지난 시즌부터 타격감을 잃기 시작하면 한없이 침묵하는 성향이 나타났다. 지난 시즌 월별 타율을 살펴보면, 4월 타율 0.385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다가 5월 들어 0.242로 내림세를 탔다. 특히 5월12일 KT전을 시작으로 6월5일 SK전까지 20경기에서 타율 0.134(67타수 9안타) 2홈런으로 극도로 침묵했으며, 결국 2군행 지시를 받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고민은 그다음도 있었다. 침묵에 빠진 뒤 다시 살아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이다. 박병호는 당시 2군에서 약 2주의 시간을 보낸 뒤 17일만인 6월25일 KIA전에서 1군 복귀를 알렸다. 이후 4경기에서 타율 0.143(14타수 2안타)으로 적응기를 거쳐야 했다. 이후 6월말 홈런 2개를 쏘아 올리는 등 부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시 주춤하면서 7월 타율 0.263 홈런 2개에 그쳤다. 다행히 8월부터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한 달 동안 홈런 11개를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때의 장타쇼는 시즌 홈런왕의 발판을 마련한 통한의 반전 드라마였다. 다시 정리하자면, 박병호가 부진에 빠지기 시작한 6월부터 장타가 살아난 8월까지 약 2개월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 부분이 지난 시즌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인지, 시즌마다 반복하는 상황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손혁 감독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믿고 있다. 다만 올 시즌은 지난 시즌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특수한 상황에 놓였다. 짧은 기간에 예정한 일정을 모두 소화해야 한다. 초반 흐름이 시즌 향방을 가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박병호는 박병호다. 자기 관리 능력은 KBO리그 톱 클래스 수준이다. 그렇기에 신뢰는 깊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날지는 걱정이 없다. 다만 언제 살아날지 그 부분이 중요해졌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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