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투수 김대현이 7회 역투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어필플레이는 아니지만 이정도면 비디오판독 대상에 포함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LG 김대현의 이른바 보크논란이 뜨겁다. SK 염경엽 감독은 1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와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에 “2구째부터 보크라고 생각했다. 더그아웃에 있던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보크를 외쳤다. 3구도 보크라고 판단해 항의하러 갔다”고 강조했다. 염 감독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 했다.
상황은 이랬다. 지난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더블헤더 2차전 3-3 동점이던 7회초 2사 만루, 제이미 로맥 타석 때였다. 김대현은 공 3개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 불을 껐다. 삼진 직후 로맥은 물론, 염 감독까지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강하게 항의했다. SK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일 수 있다. 하지만 경기 상황이 아닌 김대현의 투구동작만 놓고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야구규칙에는 ‘주자가 있을 경우 투수가 세트포지션에서 투구하기 전 두 손으로 잡은 공을 신체의 앞에 두고 완전히 정지해야 한다’고 명시 돼 있다. 통상 호흡을 한 번 할 수 있는 시간 혹은 속으로 ‘하나’를 카우느 할 정도로 멈춤 동작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암묵적 약속이다. 외국인 투수들이 세트포지션 동작을 취하자 마자 투구를 시작하다 보크 판정을 받는 경우가 잦은 것도 이 암묵적 약속이 미국과 한국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SK 염경엽 감독이 7회말 로맥 삼진 아웃 후 박기택 주심에 항의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김대현의 투구동작에 규정을 적용하면 왼 무릎의 멈춤동작이 명확치 않다. 초구부터 멈춤동작 짧아 보였는데, 2구 ,3구로 갈수록 더 짧아졌다. 3구째에는 상체를 2루쪽으로 돌렸다가 스탠스를 가다듬고 곧바로 투구를 시작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연결동작이 이뤄진다. 상체만 보면 어깨나 팔이 움직이지 않아 보크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왼 무릎과 허벅지 뒤쪽 유니폼 주름을 살펴보면 세트포지션 동작이 완료된 시점부터 투구를 시작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판진이 모두 놓쳤거나,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게 합리적 의심이다. 동점에 만루, 4번타자 타석이니 미세한 투구동작까지 집중할 여력이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정지동작’은 야규규칙에 명시된 사항이다. 상황이 아무리 급박하더라도 심판이 놓쳐서는 안될 부분이라는 의미다. 어필 플레이가 아닌 것도, 워낙 순간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심판들의 능력을 존중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셈이다. 승패를 떠나 한쪽이 판정 때문에 ‘당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리그는 인정 받기 어렵다. 심판설명회나 비디오판독 확대 등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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