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테니스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33·세르비아)가 기획한 '아드리아 투어'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배양접시로 전락했다. 본인과 아내는 물론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과 코치진이 줄줄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조코비치는 23일(한국 시각) 공식 입장문을 내고 "나와 아내 옐레나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고, 아이들은 다행히 음성"이라며 "앞으로 보름간 자가 격리로 지내면서 5일마다 검사를 반복해 경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그리고르 디미트로프(29·불가리아), 보르나 초리치(24·크로아티아), 빅토르 트로이츠키(34·세르비아) 등 선수들과 조코비치의 트레이너, 디미트로프의 코치 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조코비치는 코로나 사태로 테니스 대회가 전면 중단되자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과 지역사회를 돕겠다며 아드리아 투어를 직접 기획했다. 대회 개최지는 6월 주말마다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순으로 옮겨 열기로 했다. 지역마다 주요 정치인과 기업인은 물론 NBA 스타들까지 대회 내빈으로 손수 섭외하며 폭넓은 인맥을 뽐냈다.

마스크도 안쓰고 기념사진 - 남자 테니스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도 전 세계 900만명 넘는 확진자 대열에 포함됐다. 조코비치는 자신이 주최한 아드리아 투어를 ‘마스크 쓰기’나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기본 안전 수칙을 무시하며 진행시키고 나이트클럽 파티까지 열었다가 결국 양성 판정을 받았다. 사진은 조코비치가 지난 14일 아드리아 투어 대회 자원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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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코로나 안전 수칙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다. 아드리아 투어 조직위원회는 1차 세르비아 대회부터 4000명이 넘는 팬이 마스크도 없이 경기장에 들어차는 것을 허용했다. 선수들도 마스크를 안 쓰고 서로 포옹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었다. 조코비치는 상의를 벗고 노는 나이트클럽 파티와 이벤트 농구 경기까지 주도했다. 당시 조코비치와 농구를 함께 했던 디미트로프가 먼저 확진 소식을 알렸고, 부랴부랴 세르비아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은 조코비치 부부도 확진 행렬을 뒤따랐다.

테니스계에선 조코비치의 무모한 태도가 사태를 키웠다고 비판을 쏟아낸다. 메이저 여자 단식 18회 우승자인 크리스 에버트(66·미국)는 "선수들끼리 신체 접촉을 하고 팬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대니얼 에번스(30·영국)는 "2m 거리 두기는 장난이 아니다. 조코비치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갖은 기행으로 악명 높은 닉 키리오스(25·호주)조차 "그런 대회에 출전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했다.

조코비치의 이중적 행태도 비난 수위를 높인다. 그는 지난 4월 "자연 치유를 신뢰하기 때문에 코로나 백신 예방접종을 거부할 것이고, 만약 백신을 강요받는다면 선수 은퇴까지 고려한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5월엔 스페인 휴양지에서 정부의 이동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야외 코트 훈련 영상을 공개해 비난받았다. 조코비치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8월 말 미국 US오픈 참가도 회의적인데, 정작 자신이 연 대회에서 코로나 확산 주범 노릇을 했다.

조코비치는 "아드리아 오픈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자 순수한 마음으로 준비했고, 바이러스가 약해져 투어 개최 조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했는데 감염 사례가 나와 매우 유감"이라며 "불행히도 이 바이러스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앞으로 상황이 나아져 모두가 예전 같은 삶을 재개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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