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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KBO·우유부단한 키움, 강정호 복귀 논란이 남긴 상처 [ST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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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강정호 /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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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결국 강정호가 KBO 리그 복귀를 포기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KBO와 키움 히어로즈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

강정호는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긴 고민 끝에 히어로즈에 연락해 복귀 신청 철회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팬 여러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팬들 앞에 다시 서기엔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도, 히어로즈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모두 큰 욕심이었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 4월 강정호가 KBO에 복귀의향서를 제출하며 시작됐던 '강정호 복귀 논란'은 약 두 달 만에 일단락 됐다.

결과로만 보면 당연한 사필귀정이다. 아무리 과거의 잘못을 반성했더라도 세 번이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선수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강정호가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한다면, KBO 리그가 아닌 다른 곳에서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KBO 리그는 강정호의 반성을 위한 무대가 아니다.

다만 지난 두 달 간의 과정에서 KBO와 키움 구단의 대처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먼저 KBO는 강정호에게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려 논란을 자초했다. 현행 규약대로라면 강정호에게는 최대 3년의 중징계가 내려져야 했다.

솜방망이 징계에 대한 팬들의 실망감은 매우 컸다. 논란이 커지자 KBO는 강정호의 음주운전은 2016년이었으며, 현행 규약이 만들어진 것은 2018년인 만큼 소급 적용이 어려웠다는 주장을 폈다.

다만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이 일개 단체인 KBO의 규약에도 적용돼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현 규약에는 KBO 총재가 필요한 경우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제재를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적용하지 않은 것도 아쉽다.

결과적으로 KBO는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강정호 문제를 키움 구단에 떠넘겨 버렸다. 비겁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KBO가 진정으로 클린 베이스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키움 구단의 행보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KBO 상벌위의 징계가 나온 이후, 강정호 복귀에 대한 칼자루는 키움 구단으로 넘어가 있었다. KBO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키움 구단이라도 결단을 내려야 했지만, 키움은 좀처럼 강정호의 거취를 결정하지 못했다.

심지어 키움의 우유부단한 태도는 강정호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도, 1주일 가까이 이어졌다. 만약 강정호가 스스로 KBO 리그 복귀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논란은 더욱 길어졌을 것이다.

강정호는 이제 다시 KBO 리그에 돌아올 수 없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의 KBO와 키움 구단의 대처는 야구팬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안겼다. 잃어버린 팬들의 신뢰를 다시 되찾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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