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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KBO 선수들은 지금 ‘딴딴한 ML 흙’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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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 전부터 메이저리그서 흙 수입 시작해 대부분 구장에 깔려

내야에 까는 인필드 믹스, 기존 흙보다 단단해 불규칙 바운드 줄어

마운드 클레이는 더욱 단단해 투수들이 발로 땅 파는 장면 사라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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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야구장의 한 관리 직원이 지난달 23일 열린 KBO리그 LG-키움전에 앞서 그라운드를 정비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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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13일 잠실 LG-KIA전 5-5로 맞선 11회초, LG 마운드에 강속구 투수 레다메스 리즈가 올라왔다. 직전 시즌 선발이었던 리즈는 마무리로 보직이 바뀌었다. 150㎞가 넘는 강속구는 마무리로 딱이었다. 하지만 리즈는 그날 경기에서 KBO리그 신기록을 세웠다. 스트라이크를 단 1개도 던지지 못했고, 볼만 16개를 던져 밀어내기 실점했다.

리즈의 ‘16구 연속 볼’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당시만 해도 KBO리그 야구장 마운드는 ‘물러 터진’ 마운드였다. 앞 투수들의 디딤발 위치 때문에 파인 자국이 여럿 남았다. LG 관계자는 “마운드 때문에 리즈가 왼발 착지 때 밸런스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마무리 경험 부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투수들은 마운드에 오르면 자신의 디딤발 위치를 미리 발로 파 놓는 장면이 잦았다.

내야도 무르기는 비슷했다. 스파이크 자국 때문에 언제 불규칙 바운드가 나올지 몰랐다. 과거 내야수들이 ‘무조건 대시’를 해야 했던 것은 한 번이라도 공이 덜 튀어야 불규칙 바운드 확률이 줄기 때문이었다. 타자들도 타석에 들어서면 포수 쪽을 향한 뒷발 디딜 자리를 발로 ‘팍팍’ 판 뒤 자세를 잡았다.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발로 판다고 파지지도 않는다. KBO리그 야구장이 모두 ‘메이저리그 흙’을 쓰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흙을 국내 수입해 공급하는 BB컨설츠의 이태건 대표에 따르면 야구장에 쓰이는 흙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내야에 사용하는 ‘인필드 믹스’와 마운드와 타석에 사용하는 ‘마운드 클레이’, 그라운드의 습도를 조절하기 위해 수시로 뿌리는 ‘그라운드 컨디셔너’다.

기존 국내 야구장에 쓰이던 ‘마사토’와 메이저리그 흙의 가장 큰 차이는 ‘단단함’이다. 진흙 성분이 포함돼 있어 단단하게 굳는다. 흙이 부서져 쌓이지 않기 때문에 스파이크 자국 등으로 생기는 불규칙 바운드가 줄어든다. 스파이크를 단단히 잡아 주는 역할 덕분에 주루에도 도움이 된다.

마운드 클레이는 더욱 단단하다. 마운드와 타석, 포수 주변에 설치한다. 세게 밟아도 기존 흙 대비 20% 정도만 무너진다. 과거 투수나 타자가 마운드와 타석에서 발로 땅을 파는 장면이 사라진 것은 마운드 클레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내야에 설치하는 인필드 믹스는 마운드 클레이보다 모래 성분이 조금 더 많다.

두산 오재원이 “너무 많이 뿌리는 것 같다”고 지적한 그라운드 컨디셔너는 습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미술용 찰흙이 내버려두면 금방 굳듯이 메이저리그 흙도 진흙 성분이 많아 금세 말라 딱딱해진다. 그라운드 컨디셔너는 그라운드 표면에 뿌리는 흙인데 습기를 머금어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야구장 내야에 물을 자주 뿌리는 것 역시 적정 습도 유지를 위해서다. 진흙 성분이 많기 때문에 관리를 잘못하면 지나치게 딱딱해질 수 있다.

국내에 메이저리그 흙이 수입된 것은 약 5~6년 전부터다. 통관 및 검역의 장애가 컸지만 미생물 수치 조사 등 여러 과정과 절차를 거쳐 수입이 가능해졌다. 현재 광주-기아챔피언스 필드와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제외한 전 구장에 메이저리그 흙이 깔려 있다. 광주와 대전 역시 마운드와 타석에는 ‘마운드 클레이’가 깔려 있는 상태다. 인필드 믹스의 경우 메이저리그는 20㎝ 두께로 깔 것을 권고하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국내 구장에는 약 10㎝ 두께로 깔려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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