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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허문회 감독의 파격 시나리오 '롯데 시네마' 재개봉[SS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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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롯데 허문회 감독이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를 7-5로 승리한후 김원중과 자축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창원=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허문회 감독이 7월 첫 날 개봉한 ‘롯데 시네마’ 제목을 파격으로 잡았다. 올해 KBO리그 최고 투수로 발돋움 중인 NC 구창모를 잡을 비책을 선발 라인업에 풀어내 눈길을 끌었다.

허 감독은 1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전날 경기도 그렇고 지난주에도 연장까지 치른 경기가 있었다.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라인업을 짰다. 이날 나오는 선수들 모두 지금까지 훈련을 잘 하고 준비도 잘 해왔다. 경기는 많이 못 나갔지만 믿고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개한 선발 라인업은 파격 그 자체였다. ‘캡틴’ 민병헌이 지명타자로 리드오프 자리를 지키는 것까지는 변함없다. 그런데 김동한(3루수)과 한동희(1루수) 정훈(중견수) 김재유(우익수) 순으로 상위 타순을 꾸렸다. 허일이 6번타자 좌익수로 들어가고 딕슨 마차도(유격수)와 김준태(포수) 신본기(2루수)가 하위타순에 포진했다. 팀 주축인 이대호 손아섭 안치홍 전준우를 벤치로 불러들인 다른 의미의 ‘초강수’ 라인업이다.

허 감독은 “오직 선수단 컨디셔닝에 중점을 둔 결정이다. 144경기를 다 베스트로 할 수는 없다. 시즌에 알맞게 컨디션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왔고 지금 그 과정에 있다고 본다”며 “컨디셔닝을 생각해 이날 라인업에서 제외된 주전 선수들에게는 미리 라인업을 알려줬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싶다. 그래야 소통도 되고 신뢰도 생긴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등장한 라인업이 아니라 치밀한 시나리오를 거쳐 나름의 근거의 원칙에 기반한 라인업이라는 의미다.

전날 연장혈투에서 패했더라도 파격 카드를 꺼내들 수 있었을까. 허 감독은 “거기까지 생각해본적은 없다. 라인업은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면서 “다만 이전부터 언젠가는 이렇게 휴식을 주는 라인업을 생각했다. 언제 이런 라인업을 가동할지는 정해두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롯데는 유독 한 두점 승부를 많이 한데다 막판 뒤집기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잦아 ‘롯데 시네마’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다는 의미에서다. 실제로 지난달 30일까지 치른 46경기 중 절반가량인 22경기를 1, 2점차로 치렀다. 1점 승부에서는 6승 8패로 아쉬웠지만, 2점차 승부는 5승 3패로 더 많이 웃었다. 짜릿한 뒤집기 승리도 많다. 시즌 23승 중 13번을 역전승으로 따냈다. 14차례 역전승한 KIA에 이은 2위 수준인데, 7회까지 지고 있던 경기를 뒤집은 적도 세 번이나 있다. 올해 ‘역전의 명수’로 거듭난 LG(5승), NC(4승)에 이은 3위 수준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한다는 점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전날 경기도 8-5로 앞서던 8회말 동점을 허용한 뒤 연장 11회 터진 이대호의 결승 2점 홈런으로 승리를 따냈다. 7회에 이어 11회에도 홈런을 때려낸 이대호는 결승포를 터트린 이후 더그아웃에서 ‘힘들다’는 표정의 제스처를 취해 롯데 팬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짜릿한 승리가 선물하는 카타르시스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이지만, 안정감 대신 널뛰기 경기력으로 ‘강제 극장전’을 전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아직 4개월 이상 시즌을 치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롯데 시네마 흥행 대박’에 마냥 웃을 수 만은 없어 보인다. 이날 파격 라인업도 ‘안정적인 경기력’이 담보된 상태로 나와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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