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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 (토)

[장민석의 추가 시간] '불펜 인권'을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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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요즘 이 선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와 각종 팬 사이트가 들썩인다. KT위즈의 프로 6년 차 불펜 투수 주권(25)이다. 2015년 프로 입단 당시 조선족 출신 1호 선수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최근 혹사 문제로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주권이 등판할 때마다 KT 팬은 물론 나머지 구단 팬들도 "또권(또 주권)이냐"며 걱정한다.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주권이 '하루 두 탕'을 두 번 하면서다. 주권은 지난달 팀의 두 차례 더블헤더(하루 두 경기)에서 4경기 모두 마운드에 올랐다. 1일까지 27번 마운드에 올라 28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했다. KBO리그 불펜 투수 중 최다 출장과 최다 투구이닝이다. 그가 이 페이스로 올 시즌을 마치면 85이닝을 던진다. 그는 작년에도 구원투수 중 가장 많은 75와 3분의 1이닝을 던졌다.

사실 이 기록은 5년 전 한화 불펜투수들과 비교하면 명함도 못 내밀 처지다. 김성근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았던 2015년 권혁은 불펜에서만 112이닝을 던졌고, 박정진이 96이닝으로 뒤를 이었다. 한화 팬들은 당시 이들을 필승조나 추격조가 아닌 '살려조(살려줘란 말이 튀어나올 만큼 혹사한다는 의미)'라 불렀다.

매 시즌 불펜 혹사 논란이 나오지만, 최근 들어 팬들은 더욱 민감하게,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감독이 특정 투수를 지나치게 자주 기용한다 싶으면 분노의 글로 인터넷 게시판을 도배한다.

차명석 LG 단장은 최근 팬과 만난 자리에서 정우영 혹사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정우영은 마무리 고우석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LG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차 단장은 1일 인스타그램에 '팬들의 염려를 잘 알고 있다. 앞으로 20년 뛰어야 할 선수다. 류중일 감독이 최대한 관리를 잘 해주고 있다'는 글로 팬들을 안심시켰다.

이강철 KT 감독은 주권 논란에 대해 "믿을 만한 투수가 많지 않아 주권이 자주 마운드에 오른다"며 안타까워했다. "올드한 감독이 되고 싶진 않다. 젊은 투수들을 잘 관리하겠다"고 다짐했다.선수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승리를 위해 구원진을 소모품처럼 쓰는 것은 이 감독 표현대로 '올드'한 생각이다.

다행히 최근엔 구원투수가 3일 연속 나가는 것이 금기시되는 등 '노동 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팬들도 이제는 성적뿐만 아니라 '불펜 인권' 보장 여부에도 큰 관심을 쏟는 그런 시대가 됐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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