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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사설] 이재명 “영일만 석유, 십중팔구 실패”, 그래서 하지 말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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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시드릴 석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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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6일 영일만에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어 시추해보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십중팔구(성공 확률 최대 20%) 실패할 사안이라면서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것이 걱정”이라고 페이스북에서 밝혔다. 이 대표는 “뜬금없는 산유국론”이라며 “수천 억 쏟아붓고 결국 국민을 절망시킨 부산엑스포가 자꾸 떠오른다”고 했다. 야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브리핑에 대해 조롱과 저주에 가까운 말들이 나오고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국정을 이렇게 운에 맡겨도 되는 것이냐”고 했고, “시대착오적 산유국 코미디”라고 말한 의원도 있다.

영일만에서 실제 경제성 있는 원유 생산이 가능할지는 누구도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 사실이다. 시추 탐사로 석유·가스의 존재를 확인한 뒤 평가정 시추로 매장량을 확인하고, 투자비와 생산량을 고려한 경제성 평가까지 이뤄져야 한다. 상당한 기간에 걸쳐 필요한 작업을 거쳐야 확인될 사안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 형식으로 발표한 모양새가 적합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자원 개발은 극히 희박한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수많은 실패를 거쳐야 결실을 거둘 수 있다. 정부는 영일만의 ‘성공 가능성 20%’에 대해 “북해 유전은 3%였고, 통상 10%만 돼도 우수하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시추에 많은 투자가 필요해 재정적 부담은 있지만, 자원 개발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탐사해볼 가치가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처럼 “실패 확률이 십중팔구”라며 비아냥거릴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야권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자원 외교를 옥석을 가리지 않고 모두 적폐로 몰면서 사실상 해외 자원개발을 중단시켰다. 당시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확보를 위해 볼리비아에 공을 들였지만, 정권 교체와 적폐 수사가 이어지며 볼리비아 리튬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민주당은 영일만 가스 시추와 관련해 시추공 1개당 1000억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가스공사를 상대로 국회에서 현안 질의를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의혹 해소 없이 시추를 강행한다면 관련 공직자들은 형사처벌을 면치 못할 것”라며 자원 개발 전선에 설 공무원과 전문가들을 겁부터 주고 있다. 세계 각국은 광물 자원 개발을 경제를 넘어 국가 안보 문제로까지 인식하고 정부가 앞장서고 있는데 우리만 진영 논리로 자해(自害)를 할 셈인가.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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