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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강백호는 '4번 타자' 무게를 견디는 중이다[ST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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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강백호 /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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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kt wiz 강백호는 '4번 타자' 무게를 견디는 중이다.

조명이 꺼진 경기장을 뒤로하고 강백호가 더그아웃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왔다. 1일 LG전에서 4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11-5 승리에 힘을 보탠 공으로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기 위함이었다. 옷매무새를 정리한 후 바로 선 그가 가장 먼저 한 말은 "그간 스트레스가 심했다"였다.

이날 LG전 강백호의 활약만 놓고 보면 뒷말이 나올만한 것은 없었다. 팀이 4-0으로 앞선 5회초, 2사 2루 상황 때 타석에 나선 강백호는 상대 선발 차우찬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후 방망이는 더욱 날카로워졌다. 7회초 무사 1,2루 득점권 찬스에서 펜스를 때리는 큼지막한 1타점 2루타를 작렬했다.

그러나 이 경기를 제외하면 강백호의 방망이는 득점권 기회에서 유독 얼어붙었다. 30일 경기까지 득점권 타율은 0.205였다. 강백호의 배트가 느리게 나간 것이 부진의 주원인이었다. 필요할 때 한 방이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던 강백호는 인터뷰 자리에서 '홈런+1타점 적시타' 결과에 기뻐하기보다는, 한시름 덜어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백호는 "최근 득점권에서 찬스를 살리지 못해 스트레스가 심했다. 하지만 티 내고 싶지 않아서 그냥 혼자서 앓았고, 그러다 보니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하게 됐다"고 고백한 뒤 "오늘 경기를 기점으로 '적극적으로 하자'고 마음가짐을 달리했다"고 전했다.

더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강백호는 "요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더군다나 잘 던지는 (차)우찬이 형을 상대해야 해서 부담감이 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평소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한 번 흔들리면 그 정도는 걷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강백호는 주위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헤치고 올라올 수 있었다. "감독님께서 편하게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믿어주셔서 마음 놓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또 선배들이 부담감을 덜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감사하다"며 LG전 활약은 혼자만의 힘으로 해낸 것이 아니라고 강백호는 설명했다.

강한 멘털을 가진 선수로 알려진 강백호를 뒤흔든 것은 바로 '4번 타자'라는 부담감이었다. 팀 타선을 이끄는 에이스라고 할지라도 그 무게를 견디긴 쉽지 않다. 강백호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4번 타자로 시즌을 보내는 게 프로 들어와서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많다"고 밝혔다.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강백호는 알고있다. 그는 "앞뒤 타자들에게 좋은 기회를 이어준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해야지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마인드로 타석에 임해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강백호는 인터뷰 말미에 "더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겠지만"이라는 말을 자주 반복했다. 한 번의 활약으로 '4번 타자'의 부담감을 모두 떨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백호는 언젠가 닥칠 시련과 맞설 싸울 준비까지 하고 있다. 그렇게 강백호는 오늘도, 내일도 '4번 타자'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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