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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운 아닌 실력으로…" 커리어하이 그 이후, 이영하의 고민[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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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2020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이영하가 6회말 2사2,3루 상대 서건창을 내야땅볼로 아웃시킨 후 박수를 치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운이 아닌 실력으로 헤쳐가야 하는데…….”

올 시즌 이영하(23)는 초반부터 긴 슬럼프에 빠졌다. 첫 경기였던 6일 LG전(6.1이닝 2실점 1자책)에서 무난히 첫승을 신고했지만, 이후 8경기 동안 승리 없이 4패를 쌓았다. 운이 따르지 않은 적도 있었지만 스스로 흔들린 경우가 더 많았다. 무승 기간 평균자책점은 7.02(42.1이닝 37실점 33자책)까지 올라갔고,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도 2.01로 1군 투수진에서 가장 높았다. 6월엔 3경기 연속 6이닝도 넘기지 못하고 총 18실점을 했다. 이영하 자신도 “이 정도 못 던졌으면 2군에 가겠구나 싶었다”고 말하는 기간이다.

7월의 첫날 이영하는 마침내 호투와 승리를 동시에 잡았다. 그러나 8전9기 끝에 승리투수가 된 것치고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어디 갇혀 있다가 꺼내진 기분”이라는 소감에서는 어쩐지 씁쓸함이 묻어났다. 이어 “내가 생각해도 지난해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걸 다 했다. ‘2019년에 운을 다 몰아 썼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안 좋은 얘기는 못 하면 어떤 선수나 들을 수 있으니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턴 운이 아닌 진짜 내 실력으로 헤쳐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프로 2년 차 만에 선발 기회를 받은 2018년엔 10승(선발 8승) 고지를 밟으며 알을 깼다. 풀타임 선발로 시작한 2019년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무려 17승을 수확하면서 개인 최다 163⅓이닝을 소화했고, 한국시리즈 선발 마운드를 지키며 우승 멤버의 일원이 됐다.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선발돼 양현종(KIA),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을 잇는 차기 에이스로 꼽혔다.

젊은 투수를 키우는 현장 지도자는 커리어하이 그 이후를 더 주목한다. 적절한 시기에 도움닫기를 하면 도약은 가능하지만, 그 자릴 스스로 지켜내야 성장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개인 통산 140승을 달성한 양현종은 “선발이라면 3년은 던져야 인정해주겠다”던 은사 KT 이강철 감독의 도발(?)이 자신의 프로 인생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영하 역시 통과의례를 거쳐야 하는 시점이다.

“지난해 워낙 많이 던져서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걱정이 컸다. 나도 아프지 않은데 괜히 아플 것만 같았다”던 이영하는 “기존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강하게만 던졌는데, 타자들은 오히려 더 잘 치더라. 결론은 똑같은 것 같다. 마운드에서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세게 던지려는 것보다는 포수 사인대로 정확히 던지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깨달음을 얻은 이영하는 이제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생겼다. “캐치볼을 할 때 김태형 감독님이 이유 없이 혼내고 농담도 하신다. 그냥 지나가시면 오히려 내가 민망할 텐데 그런 하나하나가 날 챙겨주시려는 거다. 이제 결혼해서 혼자도 아닌데, 가족을 위해서도 앞으로 더 잘하려 한다. 지난해처럼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각오를 다시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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