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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달라진 것 없는 체육계, 자정 외칠 자격 있는가? [ST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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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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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도대체 대한민국 체육계는 어떤 곳인가?

고(故) 최숙현 선수의 억울한 죽음이 알려진 이후, 많은 사람들의 머릿 속을 맴돌고 있는 생각이다.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 사건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체육계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국민들이 가장 이해를 할 수 없는 점은 폭력에 대한 체육계의 인식이다. 최숙현 선수의 억울한 죽음이 알려진 뒤 온 국민이 분노했지만, 정작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체육계는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체육단체, 체육인, 심지어 체육인 출신의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언행은 유가족과 동료를 잃은 선수에게 또 다른 비수가 됐다.

대한민국 체육계를 대표하는 대한체육회의 대처도 상식 밖이었다. 최숙현 선수의 죽음이 처음 알려진 뒤, 대한체육회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이 아니었다. 그 내용도 마치 2년 전 조재범 전 코치 사건 때 썼던 것을 재탕하는 듯 했다.

대한체육회는 대통령의 질타, 문화체육관광부가 특별조사단을 꾸린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야 사건의 심각함을 인식한 듯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입장문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가장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체육계가 정작 가장 둔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국민들이 지금의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킨 또 다른 포인트는 가해자들의 태도다.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김도환은 최숙현 선수가 남긴 녹취록, 동료들의 추가 피해 증언, 영상 등 폭행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수많은 증거들이 나온 상태에서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체육계 바깥의 인사라고 할 수 있는 팀 닥터 안주현이 가장 먼저 자신의 폭행 사실을 시인했다.

이들은 지난 2일 열린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원회에서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 이들은 6일 진행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도 모르쇠를 이어갔다.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듯한 태도도 취했다. 국회에서 추가 피해를 증언했던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은 가해자들의 뻔뻔한 모습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김도환은 8일에서야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 하지만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은 여전히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체육계와 가해자들의 대처를 보며 알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 체육계는 폭력에 너무나도 둔감하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병폐가 쌓이다보니 가해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고, 관리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도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다보니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가해자들의 대한 엄중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제2, 제3의 피해자들이 끊임 없이 발생한다. 말 그대로 악순환이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체육계 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체육계에 변화를 요구했고, 체육계는 자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최숙현 선수의 죽음으로 드러난 것은 우리 체육계가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이제는 체육계 바깥에서 매스를 대야 할 때이다.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은 체육계를 믿지 못한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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