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김진엽 기자] 이강인(19)과 발렌시아의 동행에 붙은 물음표가 점점 커지고 있다.
협상이란 어떤 목적에 부합되는 결정을 하기 위하여 서로 의논하는 과정이다. 각자가 원하는 것을 내밀면서 이견을 좁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강인과 소속팀 발렌시아 사이에는 그렇지 않은 모양새다. 이상하리만큼 자꾸 엇박자가 난다.
이강인은 유럽을 대표하는 유망주지만 최근 성장세는 조금 정체됐다. 뛰어난 잠재력을 가졌으나 그것을 꽃피우기 위한 출전이 뒷받침되지 않아서다. 이번 시즌 주로 경기 후반 교체 출전으로 간간히 감각만 잇는 정도다. 이에 이강인은 이적을 추진 중이다. 복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강인은 재계약보다는 자신을 원하는 팀으로 둥지를 옮겨 꾸준한 출전을 통한 성장을 원한다. 발렌시아는 이를 쉬이 허락할 생각이 없다. 그 누구보다 이강인의 재능을 잘 알기에 재계약을 통해 동행을 연장하려 한다.
이강인도 반드시 팀을 떠나겠다는 자세는 아니다. 발렌시아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고 현 소속팀에서 더 활약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디까지나 출전이 ‘보장’됐을 때의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발렌시아는 이강인의 요구에 적극 응하지 않는 모양새다. 13일(이하 한국시간) 레가네스와의 리그 경기가 대표적이다. 이강인은 지난 8일 레알 바야돌리드전에서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아 천금같은 결승골을 기록한 바 있다. 개인 기량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뛰면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는 순간이기도 했다.
마침 이강인과 발렌시아의 재계약 이슈가 불거졌던 시점이라서 이 득점은 레가네스전 선발 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따랐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또 교체로만 썼다. 선수 출전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라지만 출전 타이밍마저 이상했다. 발렌시아는 전반 18분 만에 상대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다녔다. 후반전이 시작될 때까지도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때마침 후반 9분 레가네스 선수가 퇴장을 당했고 발렌시아는 수적 우위를 점했다. 동점골, 역전골까지 치고갈 절호의 기회였다. 이럴 때 일반적으로 감독들은 흐름을 바꿔줄 수 있는 공격 자원을 투입한다. 실제 보로 곤살레스 감독대행도 후반 19분경 전방에서 뛸 선수들을 교체 출전시켰다. 그런데 이강인은 후반 29분에나 그라운드를 밟았다. 팀 내 이강인의 우선순위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남은 일정에서 6위 안에 진입해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출전권이라도 확보해야 하는 발렌시아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실력 있는 주전급 선수들로 분위기를 바꾸려는 선택은 당연지사. 그런데 결과를 못 챙겼다.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강등권 팀에 패했다. 승리도 놓치고 최소한의 대우를 못 해주며 이강인의 마음도 못 돌렸다.
이제 남은 일정은 단 2경기. 출전을 바라는 이강인과 유망주도 잡고 UEL도 나서려는 발렌시아의 아슬아슬한 행보는 어떤 결론을 맺을까.
wlsduq123@sportsworldi.com 사진=발렌시아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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