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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백스톱'

"죄송해서 못 때리겠다네요" 키움 바주카포 세리머니 뒷이야기[백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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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전병우. 제공 | 키움


[고척=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죄송해서 못 때리겠다고 하네요.”

최근 키움의 더그아웃에는 군사무기가 등장했다. 원통 모양의 포신을 어깨에 얹어 로켓탄을 발사하는, ‘바주카포’라 불리는 근거리 사정포다. 이미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의 캐릭터 ‘저팔계’의 무기로 더 유명한 이 바주카포는 키움의 새로운 홈런 세리머니를 위해 마련됐다. 지난 15일 전병우가 이를 개시했다. 7회말 3점포를 터뜨리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뒤 바주카포를 잡았고, 선수들은 오히려 피하지 않고 맞기 위해 정면에서 두손을 번쩍 들었다. 다행히도(?) 어린이용 장난감이라 사거리가 길진 않았다. 이정후는 발사된 포탄을 직접 잡으며 함께 기쁨을 만끽했다.

사실 원래 세리머니는 키움 손혁 감독의 가슴팍을 치는 방식이었다. 5월 말 ‘정신 좀 차리게 해달라’는 마음을 담아 사령탑이 먼저 제안했다. 그러나 아무리 용인된 폭력이라도 선수들은 못내 찜찜했던 모양이다.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NC전을 앞두고 만난 손 감독은 “선수들이 내 가슴을 죄송해서 못 때리겠다고 하더라. 홈런을 치고 기분 좋은 상태에서 들어오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강도가 세져 순간적으로 멈칫하게 되는 모양이다. 다른 분들도 이걸 걱정을 많이 해주셔서 다른 걸 하나 만들어보자고 했다”며 “사실 바주카포까지 준비한 지는 몰랐다. 마침 옆에 있길래 전달만 해줬다”고 활짝 웃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KBO리그엔 대인 접촉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떨어졌다. ‘덕분에’, ‘가슴팍’, ‘대포’ 등 유독 다양한 형태의 세리머니가 나오는 이유다. 사령탑 스타일에 따라서는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커지는 상황을 경계하기도 하지만, 손 감독은 대환영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사람마다 가진 특성이 다 다르다. 난 근엄한 게 안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내가 무게를 잡는다고 선수들이 무게를 느끼겠는가. 긍정적이고 밝게 하는 게 어울린다. 선수들이 재미있게 즐긴다면 난 좋다”며 더 많은 세리머니를 고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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