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스위치 히터냐는 물음엔 "잘 모르나, 아마도"라고 응답
우타석에서 홈런을 친 뒤 동료와 기뻐하는 최지만 |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5년 차에 오른쪽 타석에서 첫 홈런을 치고 팀의 역전승에 크게 기여한 최지만(29·탬파베이 레이스)은 흥분보다는 담담함으로 진기록 수립 순간을 되짚었다.
최지만은 27일(한국시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0-4로 끌려가던 6회 말 대역전의 신호탄이 된 좌중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흔히 보던 왼쪽 타석이 아닌 우타자 타석에서다. 최지만의 빅리그 통산 37번째이자 올 시즌 마수걸이 홈런은 오른쪽에서 나왔다.
우투 좌타인 최지만은 원래 오른손 전문 타자인 것처럼 토론토 좌완 앤서니 케이의 빠른 볼을 잡아당겨 좌중간으로 131m나 날려 보냈다.
최지만은 토론토의 두 번째 투수로 케이가 등판하자 3회에도 우타석에 들어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최지만은 경기 후 MLB닷컴 인터뷰에서 "3회 초 수비가 약간 길어서 3회 말 우타석에 처음으로 들어섰을 땐 몸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며 "6회 말 두 번째 타석에선 그저 스윙했더니 볼이 담 바깥으로 날아갔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홈런 순간을 떠올렸다.
최지만은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연습경기에서 우타자로 나서 2루타를 치기도 했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정규리그 중 최지만이 우타자로 나서는 일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거들었는데 알고 보니 잘 짜인 각본인 것으로 이날 드러났다.
최지만이 스위치 타자로 완벽하게 변신한 셈이다.
빅리그 통산 첫 우타석 홈런 치고 득점하는 최지만 |
캐시 감독은 "최지만에게 어느 한쪽으로 치라고 최지만에게 요구하지도, 설득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저 최지만이 택하길 바랐다"며 "지난 5년간 하지 않던 양쪽 타격을 최지만이 해내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이어 "최지만이 타석에서 빈둥거리지 않고, 메이저리그에서 수준급 투수를 공략해 타구를 구장 가장 깊숙한 곳으로 보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지만은 "스위치 타격에 너무 많이 스트레스를 느끼진 않았다"며 "우리 팀의 작은 비밀을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에겐 알리지 않고 혼자 간직하고 싶었으며 오늘 느낌이 매우 좋았다"고 했다.
연장 10회 말 승부치기 상황에서 2타점 2루타를 쳐 6-5 역전승의 영웅이 된 탬파베이의 중견수 케빈 키어마이어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일로, 누군가가 이를 해낸다면 그건 바로 최지만"이라고 극찬했다.
키어마이어는 "최지만은 많은 재능을 지닌 선수로, 4∼5년 만에 스위치 히터로 나서 홈런을 친 것만으로 최지만에게 경의를 표해야겠다"며 놀라워했다.
연습 경기에서 오른손으로 타격한 최지만 |
최지만이 2015년 11월 26일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에서 공식 경기로는 마지막으로 우타석에서 안타를 쳤다.
최지만은 이제 공식적으로 스위치 히터냐는 물음에 웃음을 띠며 "잘 모르겠다"면서도 "아마도"라고 답해 앞으로도 종종 오른쪽 타석에 설 여지를 남겼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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