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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전주성의 문이 ‘건강하게’ 열린 날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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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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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14라운드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전이 열린 지난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거리 두기 수칙을 지키며 관람하고 있다. 전주 | 윤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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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장맛비도 올해 첫 축구장을 찾는 발걸음을 막지 못했다. K리그가 지난 1일 올 시즌 처음으로 팬들에게 ‘직관’의 문을 열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 5월8일 지각 개막한 K리그는 그동안 무관중 경기를 치러오다 이날부터 손님맞이를 시작했다. 경기장 수용 가능 인원의 10% 이내로 관중 입장이 허용된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하나원큐 K리그1 14라운드 2위 전북 현대와 3위 포항 스틸러스전은 K리그1 선두권 빅매치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코로나19 방역 절차로 입장 과정까지 복잡해졌지만 축구팬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정읍에서 왔다는 장은지씨는 “BTS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는 기분이었다”며 “이 순간을 많이 기다렸다. 비가 와도 경기장은 무조건 올 계획이어서 고민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시즌 첫 유관중 경기에 구단도 분주했다. 전북은 평소보다 60~70% 늘어난 인력을 추가로 배치해 넓게 앉은 관중의 거리 두기에 만전을 기했다.

최근 유관중으로 전환한 프로야구에서 롯데가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아 문화체육관광부에 엄중 경고 처분을 받은 일과 관련해 축구장 ‘물리적 거리 두기’는 더 강화된 모습이었다.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원래 한 칸씩이던 띄어 앉기를 두 칸으로 늘렸다. 전북 관계자는 “최근 관련 지침이 바뀌면서 예매를 스톱시키고 자리를 재배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포터스 중심의 단체 응원 문화가 익숙한 축구팬들이 코로나19 예방 가이드라인을 잘 지킨 점이 인상적이었다. 비말이 튈 수 있는 함성 응원을 자제해달라는 지침에 따라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등장하자 박수 소리가 경기장을 채웠다. 경기 도중에도 함성 대신 박수로 응원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축구팬들은 전북이 2-1로 승리하며 경기가 끝나자 마무리 응원도 박수로 대신했다. 전북 선수들도 팬들을 향해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축구팬들의 만족감은 컸다. 여자친구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한 남성팬은 “여자친구와 떨어져 앉아 있어서 조금 서운하긴 했다. 그래도 둘 다 축구를 워낙 좋아해 이번에는 참기로 했다”며 “빨리 예전처럼 웃고 떠들면서 마음껏 응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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