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투구폼의 영향일까. 아니면 KIA 타선이 리듬을 찾은 걸까. 65일 만에 광주를 방문한 타일러 윌슨(31·LG)은 고전했다. 게다가 야수 수비 도움까지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역시 ‘호랑이 사냥꾼’이었다.
4일 광주 경기는 ‘빅매치’였다. 4위 LG와 5위 KIA는 8월에만 8번의 맞대결을 펼친다. 이날이 첫째 판이었다.
그래도 관심은 승패보다 LG 선발투수 윌슨에 더 쏠렸다. KBO리그에서 세 번째 시즌을 치르는 윌슨은 ‘때아닌’ 투구폼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타일러 윌슨은 4일 KBO리그 광주 LG-KIA전에서 야수의 수비 도움을 받지 못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앞선 두 차례(7월 21일 수원 kt전·28일 문학 SK전) 등판에서 상대 감독과 심판에 투구폼을 지적받은 윌슨이었다. 주자가 없을 때 세트포지션에서 와인드업을 하기 직전 왼발에 힘을 주는 동작을 문제 삼았다.
류중일 LG 감독은 그동안 아무도 문제화하지 않다가 뒤늦게 논란을 제기하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맷 윌리엄스 KIA 감독도 “(윌슨의 이전 투구폼과 관련한) 영상을 다 봤다. 그는 오랫동안 그렇게 투구했다. 나 또한 ‘정상적인 투구’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윌슨은 반발을 수용해 투구폼을 수정했다. 왼발을 앞이 아닌 뒤로 두고 와인드업을 했다.
투구 내용이 아주 깔끔한 건 아니다. 1회부터 곤욕을 치렀다. 첫 타자 이창진을 상대로 공 5개를 던졌는데 볼이 4개였다. 이후 최형우의 안타로 몰린 2사 1, 3루에서 나지완에게 2루타를 얻어맞았다. 그나마 유민상을 1루수 땅볼로 유도하며 대량 실점을 피했다.
김현수의 홈런과 정주현의 적시타로 승부를 뒤집은 2회에도 볼넷과 안타 1개씩을 허용하며 2사 1, 3루 위기를 자초했다. 김선빈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윌슨은 3회 2점을 헌납했다. 1사 2, 3루에서 유민상의 2루수 땅볼에 3루 주자 프레스턴 터커가 홈을 밟았다. 2-2 동점. 뒤이어 나주환과 한승택의 연속 안타가 터졌다. 2-3 역전이었다. 윌리엄스 감독의 바람대로 KIA 타선은 윌스의 커브를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그러나 온전히 윌슨의 문제가 아니었다. 앞서 2루수 정주현의 실책이 뼈아팠다. 정주현은 1사 1루에서 최원준의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한 데다 1루로 악송구를 했다. 윌슨의 3회 2실점은 비자책이었다.
스스로 새 투구폼에 적응도 했다. 4회부터는 LG의 수비 시간이 단축됐다. 윌슨은 4회에 7구, 5회에 9구만 던졌다.
6회엔 26개의 공을 던졌다. 이날 이닝별 투구수 중 가장 많았다. 그러나 나주환을 볼넷으로 내보냈을 뿐, 추가 실점은 없었다.
6이닝 6피안타 3볼넷 6탈삼진 3실점(1자책). 시즌 10번째 퀄리티스타트로 평균자책점이 4.20에서 4.02로 하락했다.
여전히 KIA에 강했다. KIA전 통산 평균자책점은 2.95이며 퀄리티스타트 비율은 80%(10경기 중 8회)가 됐다.
류 감독은 “만약 (윌슨이) 투구폼을 바꾼 뒤에 제구가 안 되거나 구속이 떨어지면 어떡하나. 또 ‘큰 뉴스’가 되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그런 일은 없었다. 쌍둥이 군단의 에이스답게 이겨냈다. 상대 감독이나 심판도 더는 윌슨의 바뀐 투구폼을 지적하지 않았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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