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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더 이상 못 참는다”…프로 스포츠 ‘악플과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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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고유민 선수 사망 계기, 선수 보호 움직임 확산

[경향신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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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인신공격에 무방비 노출
배구연맹 “댓글 기능 개선” 요청
야구·축구도 적극 대응에 나서
“실명제 도입” “폐지” 목소리 커

프로배구가 온라인 기사에 달리는 악성댓글에 대응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야구와 축구, 농구 등 다른 종목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프로야구 LG 내야수 오지환(30)이 악성댓글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작한 가운데, 스포츠인들은 포털사이트가 스포츠 기사 댓글 개선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배구연맹은 지난 3일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다음·네이트에 스포츠 기사의 댓글 기능 개선을 요청했다. 지난달 31일 사망한 여자배구 고유민(전 현대건설)이 악성댓글로 괴로워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연맹 차원에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익명성 뒤에 숨어 유명인을 무차별 공격하는 악성댓글은 온라인 공간의 해묵은 문제다. 악성댓글 탓에 연예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자 다음과 네이버는 지난해 말 연예 기사의 댓글 기능을 폐지했고 지난달 네이트가 이 대열에 뒤늦게 동참했다. 그러나 포털사이트가 스포츠 기사의 댓글 기능은 변동 없이 유지하는 탓에 스포츠 스타들은 악성댓글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다른 종목도 배구연맹에 공감하고 있다. 이미 여자프로골프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댓글에 선수들이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며 포털사이트에 댓글 기능 개선을 요청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악성댓글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연맹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농구 KBL 관계자도 “선수뿐만 아니라 심판들도 댓글을 통한 인신공격을 많이 당하고 있다”며 “포털사이트에 댓글 기능 개선을 요청하자는 공감대가 종목들 간에 형성된다면 동참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프로야구에선 선수와 에이전트들이 악성댓글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오지환이 악성댓글 작성자 고소에 돌입했고, 양의지(NC)와 김현수(LG) 등이 소속된 리코스포츠가 악성댓글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차명석 LG 단장은 “어떤 분야든 견제와 감시를 위한 의사표현은 중요하지만 그런 명분 아래 사람을 잔혹하게 공격하는 것은 댓글의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는 일”이라며 “실명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올바른 비판과 질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재현 SPOTV 해설위원은 “댓글로 인신공격을 당하는 게 피해자 입장에선 전혀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댓글 기능을 폐지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선수 보호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진형 KBO 사무차장은 “팬들과 건강하게 소통하면서 동시에 선수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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