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성희롱이다. 키움 히어로즈가 KBO리그 사고뭉치 원톱이라는 걸 또 다시 자인하고 말았다.
키움은 18일 우완투수 윤영삼(28)을 계약 해지하기로 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승인을 요청했다. 앞서 윤영삼이 KBO 상벌위원회에 회부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키움은 윤영삼의 성희롱 가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키움 구단에 따르면 지난 5일 KBO로부터 ‘2020년 프로스포츠 성폭력 실태 조사 추진 계획’ 공문을 받은 후 자체 조사를 진행하던 중 11일 성희롱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 명확한 건 가해자가 윤영삼이라는 것이다.
성희롱 혐의로 키움 히어로즈와 계약 해지된 윤영삼(오른쪽). 사진=김재현 기자 |
이에 구단 자문 노무사와 변호사에게 법적인 판단을 의뢰했고, 12일 해당 사안이 양성평등 기본법 등에서 정한 금지 행위인 ‘성희롱 행위’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받았다.
이에 KBO 클린베이스볼 센터에 해당 사안을 즉시 신고했고, 자체적으로 추가 조사를 실시한 후 17일 KBO에 경위서를 제출했다.
구체적인 피해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때문이다. 어쨌든 키움은 이번 사안을 엄중히 바라보고 즉각 계약해지라는 강수를 뒀다. 무더운 여름, 더구나 선두 NC다이노스를 맹렬히 추격 중인 키움이다. 윤영삼이라는 쏠쏠한 불펜 자원을 내친다는 건 대단한 결단일 수 있다. 윤영삼은 지난해 54경기 62⅔이닝을 소화해 3승 3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했다.
키움은 “관리책임을 통감하며 프로야구를 사랑해주시는 야구팬과 KBO리그에 사과드리며, 재발 방지를 위해 성폭력, 성희롱에 대한 선수단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단순히 사과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이런 사건·사고가 유독 히어로즈 구단에서 비일비재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키움이지만, 도덕적인 문제에서는 10개 구단 중 최하위라는 게 야구계의 지배적인 시선이다.
히어로즈 소속 선수들이 숱한 사고를 쳐왔던 게 사실이다. 무혐의였지만 박동원과 조상우가 원정 숙소에 여성들을 불어 들였다가 성폭행으로 고발을 당한 게 불과 2년 전 일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성폭행보다는 원정 숙소에 외부인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그만큼 선수단 관리가 엉망이었던 키움이다.
지난 6월 KBO리그 복귀를 추진했던 강정호도 히어로즈에서 불씨를 잉태했다. 음주운전 3회로 법원으로부터 삼진 아웃을 당했던 강정호는 거센 비난 여론에 KBO의 솜방망이 징계에도 스스로 복귀를 포기했다. 메이저리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절인 2016년 12월 음주운전 사고를 내며 히어로즈 소속이던 2009년과 2011년 음주운전 사실까지 알려졌다. 하지만 구단 측은 “파악하지 못했다”는 궁색한 변명만 내놓은 게 전부였다.
윤영삼 같은 경우도 키움 구단이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선수 관리의 실패다. 윤영삼은 지난해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계속 2군에 머물렀다. 이미 야구계 내부에서는 파다하게 퍼진 사실이지만, 지난 2월 대만 스프링캠프 도중 윤영삼이 숙소인 호텔 로비에서 난동을 부렸기 때문이다. 호텔 집기를 집어 던졌고, 이에 코치 한 명이 다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많은 현지인들이 이를 지켜봤다.
하지만 키움은 윤영삼을 귀국 조치하고, 1000만 원 벌금, 무기한 2군 잔류라는 자체 징계를 내렸다. 어떻게 보면 이번 성희롱 사건의 씨앗은 스프링캠프에서 뿌려진 셈이다. 패륜적인 행동을 한 윤영삼을 어떻게든 활용하려다가 결국 구단 이미지만 구기고 말았다. 자업자득인 것이다.
키움은 현재 KBO로부터 관리를 받고 있다. 횡령과 배임 혐의로 수감 중인 이장석 전 대표가 옥중경영을 시도했기 때문에 관리인이 파견된 상황이다. 이장석 전 대표는 KBO로부터 영구제명을 당한 처지지만, 대주주라는 위치로 구단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것이다.
이장석 전 대표를 대신해 허민 이사회 의장 세력들이 구단 경영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고는 되풀이되고 있다. 허민 의장은 구단 경영에 대한 소식보다는 스프링캠프와 2군 선수단을 상대로 마운드에 등판해 너클볼을 던지는 기행으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구단 고위층부터 잡음이 많으니 선수단 관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며 혀를 찼다.
이제 또 다시 선수단 관리에 실패한 키움 구단이 어떻게 책임질지도 따져봐야 한다. 최근 온정주의 빠졌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KBO 상벌위원회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봐야 한다. 단순히 윤영삼에 대한 징계로 끝날 일이 아니다. 형법에도 '누범 가중'이라는 게 있다. 상습범들은 가중 처벌한다는 규정이다. 히어로즈 구단에도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히어로즈도 책임만 통감하지 말고, 책임을 질 일이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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