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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골프장 파업 캐디 "열악한 복지때문에 파업했지만…조장 6명에 일괄 해고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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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이유는 고용보험때문 아냐" 지적…인원부족·열악한 근무환경 등 문제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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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 파업 이유요? 고용보험 가입때문은 아니에요. 열악한 복지가 이유였죠."

최근 본지가 단독 보도했던 '시작된 캐디 파업...골프장 '노캐디' 정착되나' 제하의 기사와 관련, K골프장에서 캐디로 근무했던 A씨가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지난 3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캐디 파업 보도 중 '캐디의 고용보험 가입' 사유로 파업을 했다는 것은 잘못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파업 사유는 캐디 인원 부족, 열악한 근무환경, 고객의 의견을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 때문이었다"며 "캐디의 고용보험 가입과 관련된 부분은 파업 사유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A씨는 "K골프장에 지속해서 '개선 요구사항'을 보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업을 진행했다. 파업 이후에 모여서 내용을 수정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K골프장은 파업 이틀째 되는 날 조장 6명에 해고 통보를 보냈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된 것. 결국, 파업 셋째 날 남기로 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모두 그만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 등 파업에 가담한 캐디들이 K골프장에 보냈다는 '개선 요구 사항'에 따르면 파업 사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캐디 인원 부족이다. A씨 설명에 따르면, 파업 당시 27홀 규모인 K골프장의 캐디는 총 89명이다. 이중 주말 10명, 주중 8명, 병가 6명을 제외하면 2부가 가능한 인원이 65명에 불과했다. 근교에 있는 한 골프장의 경우 캐디 수가 200명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숫자. 게다가 풀부킹(126팀)을 넘어 오버부킹(132팀)까지. 60명 내외의 캐디들은 휴무는 물론 조·후출까지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이는 두 번째 사유인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이어졌다. 식사 시간은 물론 여성용품을 교체할 만한 휴식 시간도 없었다.

A씨는 식사 시간에 대해 "최근 K골프장은 외주 업체 C사를 통해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하지만, 레스토랑 브레이크 타임이 캐디들 식사 시간과 겹치면서 제대로 밥을 먹지도 못하고, 부실한 식사를 해야 했다"며 "결국 2부로 넘어가면서 간식(김밥, 빵)을 고객들의 눈치를 보며 먹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K골프장은 폭우 시 홀별 정산이나 취소가 되지 않는 문제로 내장객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A씨는 "캐디들이 가장 가까이에서 불평을 듣는다"며 "다른 골프장은 위험한 상황에서 홀별 정산이나 취소가 가능한 데 K골프장은 고객에게 위험을 감수하고 라운드를 강행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비가 내릴 때마다 내장객과 골프장의 다툼이 심했다"고 짚었다. 그 외에도 위생 상태가 불량한 화장실과 라커룸, 방수 기능이 없는 우비 등이 내용에 포함돼 있었다.

세 번째 사유는 VOC(Voice of Customer) 문제. 캐디들이 들은 '고객의 소리'는 골프장의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A씨에 따르면 "고객의 의견을 전달하기 어려웠다. 그대로 전달해야 하지만, 어느 순간 쓰지 말아야 할 것들이 생기고 부서별로 경기과에 컴플레인이 들어왔다"는 것.

이러한 이유로 A씨 등 파업에 동참한 60명의 캐디는 K골프장에 요구안을 전달했다. 캐디 인원 부족에 대해서는 4가지(캐디 수급과 관련된 현실적인 대응 마련, 인원에 맞춘 타임 테이블 조정, 배토 및 당번 횟수 조정, 혼성 5인 플레이 부킹 금지) 안을 요구했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해서는 4가지(폭우나 낙뢰 시 홀별 정산이나 취소, 비위생적인 화장실·라커룸·휴게실 시설 정비, 우비 교체, 식사 시간 및 메뉴 질 개선) 등을, VOC 문제는 고객의 소리에 대한 투명성과 관리 주체 (마케팅부서->대표이사 비서실) 변경, 컴플레인 금지 등을 각각 요구했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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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내용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파업 시작 이후 이틀 만에 조장 6명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파업 사흘째 되는 날. 남을 사람은 남았지만, 나머지 캐디들은 복장을 반납하고 실직자가 됐다. 마치 파리와도 같은 목숨이다.

A씨는 인터뷰 말미에 "그만둔 캐디들은 이미 다른 골프장에 취직한 상황이다. 더는 이슈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개선 요구 사항'처럼 캐디의 '고용보험 가입'은 파업 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4대 보험 등 세금을 내면서 보호받고 싶은 입장이다. 조장 6명이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 일명 '골프장의 갑질'은 이면에 가려져 있다. 이 부분도 개선돼야 할 사회적인 문제"라고 털어놨다.

K골프장은 최근 캐디 공채를 진행하고, 기숙사와 화장실 등 캐디들이 사용했던 공간에 대한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개선 요구사항'의 일부가 바뀌고 있는 셈.

이와 관련, K골프장 관계자는 "파업 이후 골프장은 아비규환 상태에 빠졌다. 오전 6시 손님들이 밀려오는 데 캐디가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 당시 전 직원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며 "들어줄 테니 일단 복귀하라고 요청도 했었다. 이야기도 없이 시작된 파업으로 골프장이 큰 손실을 입었다. 골프장마다 사정이 있듯 모든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는 없지만, 가능한 것은 하나씩 바꾸고 있다. 현재 일부 캐디는 복귀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씁쓸한 목소리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딱 맞다. 캐디는 하루아침에 잘릴 수 있는 직업이었다. 23년 동안 이 일을 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다"고 돌아봤다.

*정정합니다. 8월 22일 본지에서 보도한 '[단독] 시작된 캐디 파업...골프장 '노캐디' 정착되나'의 내용 중 제보를 토대로 포함된 '고용보험 가입'은 확인 결과 실제 파업 사유가 아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캐디분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동훈 기자 ldhlive@ajunews.com

이동훈 ldhliv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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