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스포츠서울 문상열전문기자] 텍사스 레인저스추신수(38)는 2013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타율 0.285 홈런 21 타점 54 득점 107 도루 20 볼넷 111개로 생애 최고의 해를 보내고 대박 계약을 터뜨렸다. 이 해 12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543억 원)에 사인했다. 당시 FA 시장에 나온 테이블 세터로는 최고였다. 100득점은 2013년이 유일하다.
텍사스와 7년 계약 후 몸값에 걸맞는 활약과는 거리가 있었다. 2016년에는 부상으로 48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해 ‘먹튀’라는 비난도 들었다. 사실 대부분의 프리에이전트 대박 계약자들이 성공보다 실패 경우가 많다. 구단이 다년 계약도 짧게 하려고 하는 이유다. 추신수의 7년은 최대치 계약이었다. 지난 7년 동안 텍사스에서의 성적은 FA 계약자의 평균급이다. 타율 0.260 안타 770 홈런 114 타점 355 득점 464 도루 52개를 기록했다. 우수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성적이다.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가 지난 8월 LA 다저스와의 인터리그에서 홈 슬라이딩을 하고 있다. 추신수는 올해로 7년 계약이 만료된다. AP연합뉴스 |
사실 중요한 것은 텍사스와 7년 계약을 마무리한다는 점이다. FA 7년 장기계약자가 그 팀에서 계약을 종료하는 것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쉬운 게 아니다. 부진할 경우 연봉을 부담하면서 트레이드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 3년 마감시한 때마다 트레이드설이 나왔지만 카드가 맞지 않아 잔류하게 됐다. 추신수에게는 행운이다. 잔류를 하게 되니까 선행을 베푸는 선수에게 시상하는 로베르토 클레멘테 어워드 후보까지 오르게 됐다. 트레이드됐다면 그동안 텍사스에서 실천한 선행들이 묻힐 뻔했다.
추신수는 8일(한국 시간)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홈 슬라이딩을 하다가 손목 인대를 다쳐 10일자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부상자명단으로 시즌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다”며 잔여 경기에 복귀할 뜻을 강하게 비쳤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도 추신수의 강한 복귀 의지에 “돌아오면 라인업에 넣을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9일 부상자명단에 등재돼 19일 현역 복귀가 가능하다. 메이저리그는 28일 정규시즌이 종료된다. 텍사스는 이미 난파선이 돼 큰 의미없는 잔여 경기다. 텍사스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2020시즌 후 어느 팀으로 가게될지, 개런티 계약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2021시즌에 39세가 된다. 적은 나이가 아니다. 텍사스 잔류는 거의 불가능하다. FA는 팀을 떠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개런티계약만 돼도 댕큐인 상황이다. FA 시장에 투수가 부족하지 야수는 넘친다. 허슬플레이어인 야시엘 푸이그가 FA 신분에도 둥지를 찾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다. 푸이그는 12월에 30살이다.
추신수는 한국 출신 야수로서는 최상의 기량을 발휘했다. 향후 추신수를 능가할 야수가 탄생할 수 있을지도 쉽지 않다. ML에서 16년을 활동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당사자만이 안다. 특히 1억 달러 이상의 개런티 계약은 극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ML에는 한 시즌에도 명멸하는 선수가 수없이 많다. 추신스의 클리블랜드 시절 팀내 최고의 톱타자는 중견수 그래디 사이즈모어(38)였다. 추신수와 동갑이다. 4년 연속 100득점에 2006년에는 메이저리그 1위 134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9시즌 후 부상 등이 겹치면서 급격히 기량이 떨어져 저니맨으로 전락했다가 2015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공교롭게도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나란히 7년씩을 뛰었다. 훗날 추신수를 어느 팀 행사에서 불러줄지도 흥미롭다. 이치로 스즈키는 시애틀 매리너스, 마쓰이 히데키는 뉴욕 양키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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