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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행운빌게"vs"행운받을게"…현대가 수장 '가시돋친 입씨름' 챔피언 전쟁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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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도훈(왼쪽) 울산 현대 감독과 조세 모라이스 전북 현대 감독이 지난 6월 맞대결에 앞서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얼굴은 웃지만, 과연 속은….

2년 연속으로 K리그1 우승트로피를 앞두고 파이널라운드에서 격돌하는 ‘현대가 수장’ 김도훈 울산현대 감독과 조세 모라이스 전북현대 감독이 가시돋친 장외 입씨름을 벌였다. 둘은 파이널라운드 개막을 사흘 앞둔 24일 그룹A(정규리그 상위 6개 팀) 수장과 대표 선수가 참석한 온라인 미디어데이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자태를 보이면서도 허를 찌르는 말로 기선제압에 나섰다.

김 감독과 모라이스 감독의 장외 전쟁은 이미 예고된 것과 다름이 없다. 지난해 리그 선두를 달리다가 시즌 최종전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1-4로 져 전북 현대에 다득점에서 1골 뒤지며 역전 우승을 내준 김 감독은 절치부심하며 올 시즌 개막 전부터 ‘타도 전북’을 외쳤다. 이청용, 윤빛가람, 조현우 등 특급 선수를 싹쓸이한 울산은 정규리그 22라운드를 승점 50으로 전북(승점 48)을 제치며 1위로 마쳤다. 다득점에서도 45골로 전체 1위, 전북(38골)보다 7골이나 더 앞서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전북 징크스’는 올해도 이어졌다. 정규리그에서 두 번밖에 지지 않았는데 패배를 안긴 팀이 모두 전북이다. 전북은 지난 6월 원정으로 치른 울산과 시즌 첫 ‘현대가더비’에서 2-0 완승한 데 이어 지난 15일 홈에서 겨룬 두 번째 맞대결도 2-1 신승했다. 팀당 5경기를 치르는 파이널라운드(23~27라운드)에서 양 팀은 내달 25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리는 26라운드에서 리턴 매치를 펼친다. 우승컵을 두고 겨루는 사실상의 결승전이다.

김 감독은 이날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으며 말하다가 ‘세 번째 현대가 더비’ 얘기가 나오자 표정이 싹 돌변했다. 그는 “이번엔 이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더니 “전북을 이긴 감독에게 전화해 노하우를 배워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모라이스 감독은 “울산전 뿐 아니라 모든 경기 감독과 코치진이 모두 즐기면서 재미있게 하겠다”며 특유의 능청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서로를 향해 한마디’를 언급하자 잠시 정적의 시간이 흘렀다. 모라이스 감독은 먼저 “김 감독, 행운을 빌겠다”고 툭 던져 말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잘 받겠다. 행운”이라고 짧게 받아쳤다. 별다른 의미는 없어 보이지만 올해는 지난해 불운을 딛고 전북에 우승을 내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칭찬인 듯 아닌 듯, 상대 핵심 선수를 향한 송곳 같은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 감독은 그룹A 상대 선수 중 ‘가장 까다로운 선수’를 묻는 말에 지난해까지 주장 완장을 달고 팀을 이끈 전북 미드필더 김보경을 언급했다. 김보경은 이날 대표 선수로 참석해 모라이스 감독 옆에 앉았는데 뻘쭘한 상황이었다. 그는 “지난해 선수로 성장하는 데 김도훈 감독께서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 파이널라운드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도록 좋은 경기하겠다”며 베테랑답게 받아쳤다.

모라이스 감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날 미디어데이엔 나서지 않았지만 그는 ‘까다로운 선수’에 울산 풀백 김태환을 지목했다. 그러더니 주먹을 불끈 쥐고 들어올리는 포즈를 했다. 김태환은 리그의 대표적인 터프가이로 빠른 발과 공수 능력으로 호평받지만 때론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경기를 그르친다는 비판이 따른다. 미디어데이를 본 일부 팬은 ‘모라이스 감독이 은근슬쩍 김태환을 흔들기 위한 전략 아니냐’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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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반면 이들의 입씨름을 바라본 ‘고춧가루 부대’ 요원은 묵직한 한마디로 울산, 전북을 긴장하게 했다. 지난해 울산을 저지하며 ‘킹메이커’로 떠오른 포항의 송민규는 과거 ‘울산 우승을 저지하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올해 각오를 묻자 멋쩍어하며 “전북과 울산을 상대로 아직 승리가 없어서 한 팀은 파이널라운드에서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어느 팀인지 밝히지 않았는데 김 감독과 모라이스 감독이 동시에 웃었다. 반면 전북 소속으로 군 팀 상주 맏형 구실을 하는 권경원은 “올해 (전북엔 1승1패를 했지만) 울산은 이기지 못해서 한번 잡아보자는 마음이 크다”며 슬쩍 친정팀을 챙겼다.

한편 이날 미디어데이는 코로나19 여파로 K리그 역사상 최초의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졌다. 프로축구연맹은 올 초부터 ‘마스코트 반장선거’ 등 여러 랜선 기획을 통해 팬 호응을 얻었다. 이날도 그룹A 6개 팀 수장과 선수가 한자리에 모이지 못했지만 오히려 화상을 통해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등 색다른 재미를 줬다. 연맹은 이번을 계기로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지방구단도 원격 기자회견을 할 방안을 마련해 미디어, 팬과 소통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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