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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연장전 `샷 이글`…이창우, 7년 설움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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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최종일 연장 네 번째 홀에서 샷 이글로 우승을 확정한 이창우가 18번홀 그린 위로 올라 와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PGA]


72홀로도 승자를 가리지 못해 연장 네 번째 홀까지 갔던 피말리던 승부는 샷 이글 한방으로 순식간에 끝났다. 화끈한 우승의 주인공은 아마추어 시절 '프로 대회 우승'을 거뒀지만 프로 데뷔 후에는 7년이나 우승 갈증에 허덕이던 '비운의 천재' 이창우(27)다. '프로 7년 차' 이창우가 프로 데뷔 7년 만에 투어 통산 2승째를 달성했다.

이창우는 27일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 동서코스(파72)에서 끝난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 최종일 1언더파 71타를 기록해 합계 3언더파 285타로 김태훈(35), 전재한(30)과 동타를 이룬뒤 연장 네 번째 홀에서 이글을 잡고 '프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우승상금은 2억원. 우승에 목말랐던 선수들 간의 연장 승부는 처절했다.

'30세 늦깎이 신인' 전재한은 올해 KPGA 오픈 with 솔라고CC 공동 20위가 가장 좋은 성적인 무명 선수다.

하지만 아마추어 시절 크고 작은 40개 대회에서 우승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말레이시아, 호주, 미국, 일본을 거친 '노마드 골퍼'로 서른 살이 된 올해 국내 프로골퍼 자격을 얻고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10년에는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 준우승자 자격으로 디오픈에 출전하기도 했다.

2013년 장타왕에 올랐던 김태훈도 2018년 동아회원권그룹 부산오픈에서 통산 3승째를 달성한 뒤 한동안 승수를 더하지 못해 우승이 절실했다.

하지만 두 선수보다 더 우승에 목말랐던 선수는 이창우였을 것이다. 이창우는 2013년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제패해 그다음 해인 2014년 마스터스에 출전하는 등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다. 2013년 9월에는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대회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 데뷔 이후에는 아마추어 시절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6년 두 차례 준우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6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골프팬의 기억 속에는 그저 그런 선수로 굳혀져 갔다.

2018년을 끝으로 1부 투어 시드를 잃고 지난해에는 2부로 내려가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해 시드전을 거쳐 정규 투어에 복귀한 이창우는 올해 세 차례 톱10에 들며 부활을 알렸고,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프로 데뷔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18번홀(파5)에서 진행된 1차 연장에서는 김태훈이 먼저 탈락했다.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치우치면서 보기를 범하고 우승 기회를 날렸다.

연장 두 번째 홀에서는 두 선수 모두 파를 기록했다. 연장 세 번째 홀에서는 전재한이 극적인 4m짜리 파퍼팅을 넣으면서 위태했던 위기를 넘기고 승부를 끈질기게 이어갔다. 하지만 연장 네 번째 홀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승부가 났다. 전재한이 먼저 친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잘 올렸고 이창우는 80m 정도를 남기고 세 번째 샷을 시도했다. 이 샷 한방으로 승부는 끝이 났다. 핀 2m 전방에 떨어진 공이 몇 번 튕겨 구르더니 홀로 사라진 것이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펄쩍펄쩍 뛰며 기뻐한 이창우의 쩌렁쩌렁한 포효가 갤러리가 없어 적막했던 페럼클럽을 뒤흔들었다. 이창우의 백을 메고 캐디로 나섰던 골프 선수 출신인 여자 친구 여채현 씨(28)는 눈물을 흘리며 기쁨을 같이했다.

이창우는 우승 후 "아마추어 때 마스터스에 나갔으니 프로가 돼서도 다시 마스터스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김성현(22)과 함정우(26)가 합계 1언더파 287타로 공동 4위에 올랐고 박상현(37)과 이재경(21) 등이 합계 1오버파 289타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쳤다.

[오태식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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