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DB 배강률(왼쪽)이 부산 KT전에서 리바운드 경합을 하고 있다. 제공 | KBL |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프로농구가 이른바 ‘개막주간’을 지나 장기레이스 본 궤도에 올랐다. 시즌 후 구단 매각의사를 밝힌 인천 전자랜드가 4전승으로 ‘인생을 건’ 시즌을 치르고 있고, ‘명가’ 삼성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4전패로 명암이 엇갈린다.
아직은 초반이라 판세를 예측할 수 없지만, 각 팀에 부상자가 증가하고 외국인 선수의 컨디션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다는 공통분모는 있다. 때문에 공간창출 능력을 포함한 스페이싱(Spacing) 능력이 위기 탈출 돌파구로 떠올랐다.
인천 전자랜드 전현우가 10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개막전에서 서울 SK를 상대로 3점슛을 꽂아 넣은 뒤 두팔을 벌려 환호하고 있다. 제공=KBL |
부산 KT 서동철 감독은 지난 18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삼성과 원정경기에서 “리바운드와 스페이싱이 이번시즌 우리팀의 가장 큰 화두”라고 밝혔다. KT 지휘봉을 잡은 뒤 이른바 ‘양궁농구’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KT는 이날 경기에서도 3점포 12방을 꽂아 넣으며 삼성에 승리를 따냈다. 서 감독은 “3점슛을 주요 전술 중 하나로 선택하려면 크게 선수들의 자신감과 개인의 공간창출 능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공격 패턴 등 선수들의 기본 위치는 감독이 정해줄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슛을 던질 위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개인의 감각이라고 봐야 한다. 공을 가진 볼 핸들러와 호흡과 시야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농구는 가로 15m 세로 14m 이내 좁은 공간에서 공격과 수비(하프코트 기준)를 반복한다. 3점슛 라인 안쪽만 보면 가로 14m 세로 7m의 좁은 공간에서 평균 180㎝ 이상 장신 선수 10명이 북적거리는 형태다. 슈터 한 두 명이 3점슛 라인 외곽에서 슛을 할 위치를 잡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 그나마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가령 포인트가드가 페인트존 안으로 볼을 몰고가면 상대 수비 2~3명이 달라 붙는다. 적어도 한 두 명은 수비수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상대 수비 전술에 따라 공격할 공간을 만들어내야 슛을 던질 기회가 생기고, 공격을 시도해야 득점 확률도 높일 수 있다.
서울 SK 김선형(오른쪽)이 9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 김민구를 앞에 두고 공격할 곳을 찾고 있다. 제공=KBL |
KT 김영환이나 전자랜드 정영삼, KT 조성민 등 베테랑들은 특히 외곽에서 공간을 만들어내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 능력을 각 팀 슈터들의 생존전략으로 봐도 무방하다. 미들레인지에서도 순간적으로 빈공간을 찾아 움직이는 선수들이 숨은 실력자들이다. 서울 SK 김선형이나 LG 김시래 등은 동료들의 이런 움직임을 빨리 파악해 패스를 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이 현역시절 컴퓨터 가드로 불린 이유도 동료들의 움직임에 따라 맞춤형 패스를 찔러줬기 때문이다.
농구가 높이의 스포츠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래 높이 보다는 스피드와 3점슛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악착같은 리바운드에 이은 빠른 속공은 각 팀의 주요 전술로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공간창출 능력이 더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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