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스포츠계 사건·사고 소식

이것은 스윙인가, 몸에 맞는 공인가... KS 3차전 오심 논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신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정수빈이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시즌 KBO리그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NC 다이노스의 원종현 투수이 2구째 던진 공이 방망이 근처를 지나간 뒤에도 번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KBS2 중계 방송 화면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시즌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3차전 8회말 NC 다이노스 투수 원종현이 두산 베어스 타자 정수빈을 상대할 때 오심이 나왔다. 경기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똑같은 상황이 승패를 좌우하는 국면에서 재발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비디오 판독 제도를 지금보다 더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해법이다.

이날 8회말 1사 3루 상황에서 마운드에는 NC 투수 원종현이 있었고, 타석에는 두산 베어스의 2번 타자 정수빈이 들어선 채 원 스트라이크 노 볼 상황이었다. 2구째 공이 번트 자세를 취하고 있던 정수빈의 방망이를 맞지 않았고, 정수빈의 발을 맞고 NC 포수 양의지 뒤를 빠져나갔다. 심판은 최초에 이 공이 방망이에 맞고 굴절된 뒤 몸에 맞았다고 봐서 ‘파울’로 판정했다. 오심이었다. 하지만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2분 간의 비디오 판독 끝에 ‘몸에 맞는 공(死球, Hit by pitched ball)’으로 판정이 번복됐다.

오심 뒤에 오심이 이어진 순간이었다. 심판의 스윙 여부 판단에 따라 몸에 맞는 공으로도 볼 수 있지만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동욱 NC 감독은 곧바로 더그아웃에게 뛰쳐나와 심판에게 타자 스윙 여부에 대한 항의를 했다. 비디오 판독에 대한 항의는 곧바로 퇴장을 주는게 맞지만 심판은 비디오 판독이 아닌 스윙 여부에 대한 항의였기 때문에 이동욱 감독을 퇴장시키지 않았다.

여기서 비디오 판독의 맹점이 지적된다.

심판은 ‘타자가 공을 친 게(스윙 행위) 먼저냐, 타자의 몸에 공이 맞은 게 먼저냐’를 먼저 판단해야했다.

만약, 공이 먼저 몸에 맞았다면 이후 타자 스윙 여부와 관계 없이 비디오판독센터의 판정대로 몸에 맞는 공에 해당한다.

반면 이동욱 감독의 주장대로 이 타구가 스윙으로 판정됐다면 스트라이크로 선언됐어야 한다. 왜냐하면 KBO가 발간한 ‘2020공식야구규칙’ 180페이지에는 스트라이크의 첫번째 정의로 “타자가 쳤으나(번트 포함) 투구에 배트가 닿지 않은 것”이라고 나오기 때문이다.

또 ‘KBO 공식야구규칙’ 48페이지에는 타자가 아웃인 다섯 번째 사례로 “2스트라이크 뒤 타자가 쳤으나(번트도 포함) 투구가 배트에 닿지 않고 타자의 신체에 닿았을 경우”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KBO 공식야구규칙은 번트일 경우에도 심판이 타자가 친 것(스윙을 한 것)으로 간주했다면, 스트라이크로 봐야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수빈이 ‘방망이를 휘두르지(Swing) 않는 타법’인 번트 자세를 취하고 있던 특수한 상황이었다. 야구 규칙에는 타자가 치는 행위(스윙 행위)에는 번트도 포함된다고 되어 있으므로 이 경우 타자가 번트 자세로 공을 쳤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방망이를 언제 뺐냐로 했어야 한다. 타자가 공을 치려했다면 방망이 근처를 공이 지나간 다음에도 번트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서울신문

두산 베어스의 정수빈이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 NC다이노스전 8회말 2번 타자로 나와 NC 투수 원종현의 2구째 공에 번트를 시도하고 있다. KBS2 중계 방송 화면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느린 그림을 다시 보면, 정수빈은 공이 자신의 발에 닿을 때까지 방망이를 끝까지 대고 있었고, 공이 방망이 근처를 통과한 뒤에 방망이를 빼는 동작이 명확히 나온다. 번트를 대겠다는 의지가 명확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심판은 정수빈의 스윙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스트라이크로 판정하고 몸에 맞은 공의 상황은 볼 데드로 선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KBO비디오판독센터는 몸에 맞는 공으로 선언했다.

KBO비디오판독센터는 현행 규칙 상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 사항에 대해서만 비디오 판독을 실행할 수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요청을 한 건 몸에 맞는 공 여부에 대한 비디오 판독이었다. 비디오판독센터는 스윙 의사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그저 방망이에 공이 맞지 않았고, 공이 몸에 맞았기 때문에 몸에 맞는 공으로 본 것이다.

KBO는 “번트 체크 스윙 여부에 대한 판정은 심판 고유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타자가 공을 치려는 의사가 끝까지 있었는가를 판단하기 위해선 배트가 돌아갔느냐 여부, 몸이 돌아갔느냐 여부, 타자 개인의 평소의 타격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스트라이크 존 판정과 마찬가지로 스윙 여부는 ‘불문법(不文法) 영역’이므로 오심이냐 정심이냐를 가르는 기준이 아닌, 심판 재량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동욱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뛰쳐나와 번트 스윙 여부에 대한 항의를 했다.

KBO의 2020년 비디오 판독 규정에 따르면, 하나의 상황에서 두 가지 이상의 플레이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였을 경우 양 구단 감독 모두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 또 심판 팀장의 최초 판정 번복에 의해 불리하게 영향을 받은 구단의 감독은 심판팀장에게 같은 플레이 안에서 비디오 판독이 가능한 다른 판정을 비디오 판독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동욱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지 못했다. 최초에는 파울로 판정한 원심이 유지되길 바랐던 이동욱 감독 입장에서는 굳이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실익이 없는 상태였다.

이후 심판이 비디오판독 뒤 몸에 맞는 공으로 판정을 번복했고, 몸에 맞는 공에 대한 비디오 판독 규정인 3-5항을 적용해 스윙 여부에 대한 판정 신청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KBO 리그 규정 ‘28조 비디오판독’ 3-5항에는 “타자가 공에 맞았을 때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는지, 스윙을 했는지, 피하려는 시도를 했는지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님”이라고 나온다.

이 단서 조항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스윙을 했는지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다.

다만, 바로 아래에 있는 3-6항에는 “타자의 파울/헛스윙(타구가 타석에서 타자의 몸 또는 타자가 착용한 경기용구나 배트에 맞는 경우 포함)”은 비디오 판독 대상으로 규정해뒀다.

KBO는 3-6항이 배트에 맞았는지 여부만을 판단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오심에 대한 오심이 나왔는데, 비디오 판독을 통해 교정할 수 없는 너무나도 답답한 상황이 나온 것이다.

타자 스윙 여부, 특히, 번트 스윙 여부에 대한 판정은 불과 3년 전에도 논란이 된 적 있다. 이로 인해 도입된 규정이 3-6항 규정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3-5항에 단서 규정을 달아 놓지 않았더라면 3-6항을 충분히 적용해볼 수 있었다.

과거와 달리 수많은 화면을 교차해 비교할 수 있어 스윙 여부 판단에 대한 기술적인 어려움은 거의 없어졌다.

심판도 오심을 할 수 있다. KBO가 유연함을 발휘해야 한다. 공정한 판정이야말로 KBO 비디오 판독센터가 존재하는 이유이므로.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이 기사는 KBO가 “타자 스윙 여부는 비디오 판독의 대상이 아니며 스윙 여부에 대한 판정은 오심, 정심으로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스윙 여부에 대한 판정은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판정처럼 심판 고유의 권한이자 합의 판정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라고 한 설명을 추가하며 수정되었습니다.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