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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도 넘은 골프장 폭리…세금 혜택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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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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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오딧세이-62] 골프 칼럼을 쓴 지 2년3개월이 지났다.

격주로 게재해 어느덧 62회를 맞았다. 골프 대중화를 확산하기 위해 건전한 골프 매너와 문화를 함양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드라이버, 아이언, 웨지, 퍼트 등 기술적인 부분도 다루지만 주로 전문가 레슨을 인용한다.

독자 조회 수가 많은 것은 단연 골프장 음식값과 이용료(그린피, 카트피, 캐디피) 관련 칼럼이다. 정부가 골프 대중화를 위해 특별소비세까지 면제해 주는 터에 코로나19 사태를 틈탄 골프장의 과도한 폭리 행위에 골퍼들이 분노한다.

필자가 쓴 '골프장 음식값의 비밀'이나 '폭등한 골프비' 같은 칼럼은 조회 수가 5만건을 넘었다. 현역 기자들의 골프비 폭등 관련 기사도 인터넷에 실리기만 하면 조회 수가 엄청나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올해 마스터스에서 준우승한 임성재 관련 기사의 조회 수도 이에 훨씬 못 미친다. 올 들어 자행된 골프장의 폭리를 향한 골퍼들의 분노를 증명한다.

언론의 숱한 지적과 골퍼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골프장은 요지부동이다. 민생 해결에 급급한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벗어난 데다 코로나19로 외국 골프투어가 끊긴 틈을 비집고 골퍼들이 단단히 인질로 잡힌 형국이다.

자영업자인 한 친구는 골프장에서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등 순수 골프비를 제외한 비용을 일절 지출하지 않는다. 구력 30년이 넘는 그는 동반자들이 인정하는 완벽한 싱글 핸디캐퍼로 매너도 좋은 골프 상남자다.

아침에 골프가 있는 날이면 일단 식사는 본인이 알아서 해결하고 골프장 커피나 식음료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는다. 대신 초콜릿, 단팥빵, 소시지를 늘 준비해 동반자들과 라운드 중간중간 나눠 먹는다. 진행이 밀리는 홀에선 준비해온 막걸리를 마시기도 한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고객을 호구로 삼는 골프장 행태에 동조하기 싫어 20년 전부터 이러고 있어. 골퍼들이 골프장 식음료 이용을 거부하는 운동을 펼쳐 이런 작태를 고쳐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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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자주 이용하는 남춘천IC 인근 대중골프장은 아침 해장국 1만7000원, 커피 9000원, 생맥주 1만2000원, 막걸리 1만4000원이다. 나도 지난해부터 골프장에서 친구처럼 식음료를 섭취하지 않는다.

친한 동반자들에게는 한 끼는 각자 알아서 해결하고 골프가 끝난 후 골프장 근처 맛집에서 식사할 것을 제의한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골프장 레스토랑을 이용하지 않도록 유도한다.

"남성 골퍼들은 골프장에 식음료를 가져오는 것을 내심 창피해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하지만 골프장 그린피가 올해만 5만원 이상 폭등했는데 그대로 당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적당한 가격이면 누가 이용하지 않겠나."

퇴직한 동료 선배가 동반 라운드하면서 한 말이다. 그도 항상 커피와 간식을 준비한다. 간식을 준비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도 아니며 불법 행위는 더더욱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골프장 간식 반입 금지는 거래영업상 지위남용이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골프장에서 식사를 피하고 커피와 주류를 마시지 않으면 1인당 3만원가량 절감된다.

회원제 골프장 회원들은 그래도 골프장 식음료를 잘 이용하지 않는 편이다. 별 생각 없이 음료라도 덜컥 집어 들었다간 다른 회원의 눈총을 받거나 본인이 직접 계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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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에 골프장의 무리한 영업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은 골퍼들이 힘을 모아 골프장을 미국처럼 만드는 일이다. 이용자들이 부대 비용을 없애고 골프만 치고 빠져 나오면 된다. 500만 골퍼들이 소비자 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시점이다.

음식값도 문제지만 카트비 인상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배터리 교체값밖에 소요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올해 대부분 골프장에서 2만원 정도 올려 10만원으로 책정했다.

5시간 이용료가 고급 외제차 벤츠의 하루 렌탈료보다 비싸다. 카트비 인상이 그린피나 캐디피 인상보다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캐디피도 지난해 수도권 골프장에서 12만원에서 올해 13만~15만원으로 올랐고 1인당 그린피는 5만원(수도권 대중골프장) 이상 급등했다.

회원제 골프장(비회원)과 대중골프장의 주중 이용료 차이는 2011년 5만1700원에서 올해 10월 3만2800원으로 줄었다. 대중골프장 이용료 상승률은 회원제 골프장 비회원 이용료에 비해 3배에 달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대중골프장 주중 이용료는 2018년 5월 12만3000원에서 올해 10월 14만6000원으로 18.5% 급등했다. 서울 인근 대중골프장의 주중 그린피는 15만~18만원, 주말은 25만원에 육박해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이용료에 근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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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폭리가 계속되면 대중골프장의 세금 혜택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중골프장은 회원제 골프장에 부과하는 취득세 14% 대신 4%로 낮춰주는데 정부가 이 혜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

"수십억 원의 세금 혜택을 누리면서 유사 회원제 형태로 편법 운영하는 대중골프장이 있다. 사실상 탈세를 하고 이용 요금을 올리는 등 폭리를 취한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이다. 지난해 정부가 전국 320여 대중골프장에 7000억~8000억원의 세금을 감면해 줬는데 올해 어마어마한 폭리를 취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골프 대중화를 위해 세금까지 깎아줬더니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골퍼들의 뒤통수를 치고 있다. 세금 혜택을 악용하는 골프장을 전수 형태로 찾아내 세무조사를 하고 국회 차원에서 세금 감면 혜택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중골프장에 혜택을 주는 것은 정부가 골프 대중화를 유도하기 위해서죠. 입장료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용료 인상을 통제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골프장 세금 혜택이 골퍼들에게 돌아가는 원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가격 통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골프가 권위주의 시절의 귀족 스포츠로 돌아갈지 모른다. 골퍼들이 봉으로 전락 중이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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