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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신인상 투표는 장난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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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0일 KBO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은 KT 소형준. 올해 압도적인 성적을 남겼지만, 투표인단 112명 중 7명은 그를 1~3위로 뽑지 않았다. / K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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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시즌에 6타석에 등장해 4타수 2안타를 친 타자가 있다. 키움의 김은성(27)이다. 2015년 신고 선수로 넥센에 입단한 그는 2016시즌이 끝나고 방출당했고, 현역 복무를 마치고 작년에 다시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지난해 그는 2군 북부리그 타격왕과 타점왕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1군에선 8타수 1안타에 그쳤다. 올해도 1군의 높은 벽을 넘지는 못했다. 주로 대주자나 대수비로 나섰다. 2군에선 타율 0.342, 10타점으로 여전히 위력적이다. 내년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가 되는 선수다.

그런데 2020 KBO 시상식 신인상 투표에서 엉뚱하게 그의 이름이 나왔다. 김은성은 두 표를 받았다.

일단 MVP와 신인상 투표 방식을 살펴보자. 투표는 정규시즌 종료 다음날인 11월1일 하루동안 진행됐다. 2020 KBO리그를 담당한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와 각 지역 언론사의 취재 기자 112명이 투표에 참여해 신인상은 1위부터 3위(1위 5점, 2위 3점, 3위 1점)까지 개인별 득표 점수를 합산, 최고 점수를 획득한 선수가 최종 수상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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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KBO 시상식 신인상 투표 결과. / K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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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은 1위 1표, 2위 1표를 받아 총점 8점을 기록했다. KBO리그 전체 신인 중 9위다. 31경기에 나서 8홀드(평균자책점 4.85)를 기록한 롯데 투수 최준용(5점), 두 차례 선발승을 거둔 NC 신민혁(4점)보다 높다.

선뜻 이해를 하기 어려운 투표 결과다. 한 시즌에 불과 6타석에 들어선 신인이 1위 1표, 2위 1표를 받았다는 사실 말이다. 김은성 자신도 좋을리가 없다. 이 투표로 본의 아니게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물론 개인마다 생각은 다르고, 야구를 보는 시선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한 시즌을 통틀어 2안타를 친 신인에게 1위표를 준 것은 다른 게 아니라 틀렸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는 발상의 전환이나 독특한 시각이라 할 수 없는, 그저 납득하기 어려운 투표 행위다.

김은성 외에도 이번 신인상 투표엔 ‘특이한' 표가 제법 눈에 띈다. 올 시즌 11안타 2타점의 최정원(NC), 13안타 7타점의 권민석(두산)도 1위 표를 하나씩 받았다.

2006년 류현진 이후 선발 투수로는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남겼던 소형준(KT)을 1~3위로 뽑지 않은 이도 7명이 나왔다. 소형준을 3위 안에 올려놓지 못할 만큼 강력한 신인이 세 명이나 있었을까.

많은 야구 팬들이 시상식이 있을 때마다 투표 방식에 불만을 품는다. 무기명 투표란 제도에 숨어서 무책임한 표를 던지는 이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일부 팬들이 기명 투표를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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