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선수들을 불러다 자신의 캐치볼, 배팅 연습 상대로 뛰게 한 키움 히어로즈(이하 키움)의 허민 이사회 의장에게 한국프로야구(KBO) 협회 측에서 직무 정지 2개월 제재를 부과했다.

28일 KBO는 "이사회 의장 신분에서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처신을 함으로써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KBO 리그의 가치를 훼손했다"며 야구 규약 제151조 '품위 손상 행위'와 부칙 제1조 '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에 따라 이같이 조치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허 의장은 구단의 공식 훈련이 아닌 사적인 목적으로 선수들과 캐치볼, 배팅 연습 등을 해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2019년 6월 19일 SBS의 보도에 따르면 6월 초 2군 훈련장을 방문해 훈련이 끝난 2군 선수들을 야구장에 남아 있으라고 지시한 후 직접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 선수들과 캐치볼을 하고,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자신의 공을 쳐보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선수들은 1시간 넘게 퇴근이 미뤄졌다고 한다.

논란의 여지가 충분한 이 광경을 한 팬이 촬영해 방송사에 제보했다. 하지만 허 의장은 제보한 팬을 사찰하기 위해 폐쇄회로(CC) TV를 열람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KBO 측은 팬 사찰에 대해 '사법 기관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향후 사법 조치가 이뤄지면 결과를 보고 제재를 논하자고 판단을 유보하는 입장을 전했다. '팬 사찰 논란'은 결국 엄중 경고 제재에 그쳤다. 좌우간 이 논란으로 인해 리그의 품위가 손상됐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징계 중에서도 낮은 수위에 속하므로 일각에서는 '결국 솜방망이 처분이 아니냐'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2020시즌 이후 키움에서 방출된 이택근도 지난달 말 팬 사찰 의혹과 관련해 구단과 관계자를 징계해달라고 KBO에 징계 요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택근은 키움에 대한 KBO의 징계 처분들을 두고 "선수들의 고충에 대해 인식하고, 공감해주신 결과"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으나, '판단 유보'에 대해서는 "조금 아쉽다", "중요한 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운찬 KBO 총재는 "키움 구단은 팬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프로스포츠 의무를 저버렸고, 구단과 선수 간 기본적인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는 등 리그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3월 키움이 '향후 리그 가치를 훼손할 경우 KBO 규약 범위 내에서 강력 대응하겠다'고 천명한 바가 있어 이를 토대로 제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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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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