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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방역 당국은 실내스포츠에 대해 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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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필라테스 피트니스 사업자 연맹(PIBA)’ 회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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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강사와 헬스클럽 관장은 화가 많이 났다. 2일 발표된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관련 정부 조치 때문이다. 정부는 학원·교습소는 문 여는 걸 허용하면서, 헬스장·실내 골프연습장·당구장 등은 문을 계속 닫게 했다. 교습소나 학원으로 등록한 요가·발레·태권도·검도는 되고, 필라테스·헬스클럽은 안 되는 것이다.

나라도 화가 치밀어 오를 것 같다. 요가와 필라테스가 코로나19 확산에 미치는 차이가 얼마나 크기에 이렇게 정반대로 조처했을까. 필라테스, 헬스클럽 업주와 강사들은 국회 앞 시위와 소셜미디어상의 항의 캠페인, 청와대 국민청원, 정부 조처에 저항하는 영업장 오픈 등으로 거세게 반발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5일 “실내 체육시설은 밀폐된 시설에서 비말(침방울)을 강하게 배출하는 특성이 있어, 학원과 방역적 특성이 동일하다 보기에는 무리”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런가. 종목의 격렬함을 비교하면 발레와 필라테스는 차이가 없다. 태권도와 헬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정부의 잣대가 잘못됐다는 주장도 있다. 학원이나 교습소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둔 곳이다. 강사나 코치와 교습생이 근접할 수밖에 없다. 혼자 떨어져 운동하는 헬스장 등보다 비말이 전파될 가능성이 더 크다. 방역을 위해서라면 학원이나 교습소를 오히려 나중에 열어야 옳다.

당국은 “돌봄 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대상도 아동·학생만 허용했다”는 또 다른 이유를 댔다. 학원이나 교습소를 열어야 할 당위성을 찾아낸 것 같은데, 지금 시급한 건 돌봄이 아니라 방역이다. 정부 말대로 실내 체육시설에서 누군가 배출한 비말이 어른, 아이를 가리지도 않는다. 이번에 허가된 발레와 요가 등은 성인을 대상으로 가르친다.

골프도 그렇다. 한정된 공간에 사람이 몰리는 PC방은 되면서, 골프채를 휘두르기 때문에 거리 두기를 할 수밖에 없는 골프 연습장이 안 된다는 건 말이 안된다. 골프가 격렬한 운동인가. 스윙할 때 침 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현장의 스포츠인은 이런 상황을 다 안다. 그렇기에 납득할 수 없는 정부의 결정에 분노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스포츠에 대한 방역 당국의 이해도가 매우 낮다는 걸 방증했다. 중대본 등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체육시설 관련한 입장을 물어는 봤나. 문체부는 개별 종목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는가.

스포츠계에서는 "유독 우리에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고 하소연했다. 목소리 높여 시끄럽게 하는 쪽은 열어주고, 군말 없이 잘 따르는 쪽은 틀어막았다는 인상이 든다. 부디 아니기를 빌지만 사실 이런 의심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만들 때부터 들었다. 스포츠계를 ‘대충 밀어붙이면 따라오는 집단’으로 여기는 인상이다.

스포츠에 공정성은 핵심이다. 부자의 자녀가 부를 대물림하고, 연예인 자녀가 인기를 대물림하는 세상이지만,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아들이라고 농구선수로 성공할 수는 없다. 스포츠에서 실력은 백일하에 드러난다. 스포츠인들은 그런 자부심이 많다. 정치권이 입버릇처럼 얘기해온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 백성은 빈곤보다 불공정에 분노한다)’을 되새길 때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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