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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제41대 체육회장에게 필요한 세가지 리더십 …용기 끈기 결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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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카오스(caos),글자 그대로 혼돈의 극치다. 제 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지켜보니 가슴이 답답하다. 정책은 온데간데없고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경쟁이 과열된 탓도 있겠지만 체육계의 모순구조들이 생각보다 중층적이고 심화된 탓도 크다는 분석도 일견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대한체육회 수장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는 그래서 만만찮다. 누가 되든 과열 선거로 빚어진 체육계의 갈등과 분열을 슬기롭게 치유하고 한국 체육의 구조적 문제점을 정교한 로드맵이 동반된 정책적 대안으로 묶어내는 게 새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싶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한국 체육의 전반적인 구조를 들여다보는 시간도 많았고 그에 따른 다양한 진단과 효과적인 처방이 쏟아졌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새 회장은 이를 종합적으로 잘 판단해 올바른 정책적 대안을 도출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선될 새 회장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과연 무엇일까. 우선은 정치권력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게다. 최근 체육은 새로운 관치체육의 등장으로 잘 정돈되기는커녕 이러저리 헝클어졌다. 새로운 관치체육이란 정치권력이 정부와 손을 잡고 편향된 정책을 톱다운 방식으로 내려보내는 것을 말한다. 그 결과 체육은 날이 선 증오와 배제가 난무하며 극단적인 진영의 논리로 갈라졌다. 갈라진 체육의 틈을 비집고 정치가 밀고 들어왔다. 권력을 앞세워 체육을 농단하고 합리적 대안보다 정치공학적 셈법에 근거한 편향된 정책이 체육을 지배했다. 체육의 정치화에 단호하게 저항할 수 있는 용기, 새 회장이 갖춰야할 첫번째 리더십이다.

새 회장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누가 뭐래도 체육개혁이다. 체육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건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엄명이다. 따라서 새 회장은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끈기가 필요하다. 스포츠 인권의 확보, 선수의 학습권 보호,그리고 비리와 부정의 검은 사슬을 끊어내는 게 체육개혁의 3대 당면 과제다. 더 이상 체육개혁을 외부의 강제에 맡겨서는 한국체육의 미래가 없다. 대한체육회가 주체적 각성을 통해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체육회 수장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동안 대한체육회는 스스로의 개혁의지가 빈약했고 액션플랜도 제시하지 못했다. 체육이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으며 멀어진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제 공은 체육회로 다시 넘어왔다. 새로운 100년을 기획해야 하는 새 수장이 체육개혁을 진두지휘하지 않으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국민과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체육은 동력을 상실한 기관차와 같기 때문이다. 특히 개혁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고래심줄 같은 끈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혁은 결코 완수할 수 없다.

잘못한 정책을 되돌릴 수 있는 결단력이 없다면 체육을 이끌 자격이 없다. 2016년 체육단체 통합이후 정치권의 주도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체육정책은 과연 일관성이 있을까. 정책적 흐름과 기조가 논리적 정합성을 띠고 있지 못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엘리트체육과 생애체육이 통합된 이후 정책의 기조는 오히려 역물살을 탔다. 대학스포츠협의회(KUSF)를 통한 대학 스포츠 분리를 비롯해 학교체육진흥회 출범으로 인한 초.중.고 체육의 분리,지방자치단체장 겸직금지에 따른 지방체육의 분리,그리고 체육 갈등의 결정판인 KOC(대한올림픽위원회) 분리 움직임 등. 요란스럽게 통합을 해놓고 왜 체육을 또다시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잇따른 체육의 분리에는 일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통합 주도세력이 각 단체의 인사와 예산을 장악한 뒤 교묘하게 분리를 진행했다는 게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곧 체육권력의 사유화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체육단체 통합에는 다른 뜻이 숨어 있었다는 건데…. 통합은 결국 체육권력과 맞닿아 있다는 게 필자의 확신이다. 경기인 중심의 체육권력을 빼앗기 위해선 경기인이 중심이 된 대의원제도로는 힘들다고 보고 비경기인 출신의 당선을 유리하게 하는 제도가 필요했을 게다. 그게 바로 선거인단제도였으며 이를 위한 수단으로 체육단체 통합이 필요했다는 게 필자의 추리다.

정책은 기획(plan)-실행(do)-평가(see)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한국의 정책은 늘 그렇듯 평가의 과정이 생략되기 일쑤다. 잘못된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과 이를 되돌릴 수 있는 결단력, 어쩌면 새로운 100년을 설계해야 하는 제 41대 대한체육회장에게 가장 필요한 리더십일 수도 있다.

편집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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