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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박세연의 개취띵곡선4]윤종신 `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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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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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현 가요계에는 '음유시인' 칭호가 어울리는 가수들이 몇몇 있지만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이는 싱어송라이터 윤종신(52)이다. 1990년 015B '텅 빈 거리에서' 객원보컬로 데뷔한 윤종신은 지난해 가수로서도 만 서른살이 된 '음악장인'으로 10년 넘게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를 이어오는 등 우직, 성실함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국내 대표 뮤지션이다.

윤종신이 직접 쓰고, 부른 곡수는 무려 500여 곡에 달할 정도로 많고 굴지의 히트곡이 아니어도 대부분이 명곡이라 어느 한 곡 꼽아 소개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예능에서 타 가수에 의해 리메이크되거나 드라마에 삽입돼 잔잔한 반향을 일으킨 숨은 명곡이 있으니, 바로 '배웅'이다.

'배웅'은 1999년 발매된 윤종신 정규 7집 '후반'에 타이틀곡으로 수록됐던 곡으로 윤종신이 가사를 쓰고 윤종신과 함께 그의 2호 음악노예(?) 하림이 곡을 썼다. 2014년 발매된 정규 15집 3CD 'Just Piano' 앨범에 피아노 버전으로 재편곡돼 수록됐는데 방송에서 전파를 탄 곡들은 이 피아노 버전이다.

'머나먼 길 떠나는 사람처럼 마치 배웅 나온 것처럼 다시 돌아올 것 같은 그대 사라질 때까지 보네/한번만 더 안아보고 싶었지 내 가슴이 익숙한 그대 안녕이라 하지 않은 이유 그댄 알고 있나요/아무것도 바꾸지 않겠어요 모든 것을 지금 그대로 갑자기 그대 돌아온대도 전혀 낯설지 않도록/언제 어디라도 내겐 좋아요 혹시 나를 찾아 준다면 내가 지쳐 변하지 않기를 내 자신에게 부탁해/이렇데 해야 견딜 수 있을 거야 영영 떠나갔다 믿으면 내가 포기해야 하는 남은 날들이 너무 막막해/(중략)/아무도 날 말리지 않을 거예요 잊지 못할 걸 알기에 그냥 기다리며 살아가도록 내내 꿈꾸듯 살도록/(후략)'(윤종신 '배웅' 가사 中)

누가 봐도 객관적인 '이별'의 순간이지만 가삿말 속 주인공은 상대를 마치 배웅 하듯 덤덤하게 떠나 보낸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란 걸 알지만, 이를 인정하는 순간 가사처럼 '남은 날들이 너무 막막'하기 때문에 다시 돌아올 수도 있을 거란 희망을 품고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감정은 직관적으로는 연인 사이의 이별 이야기로 보이지만, 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에서 죽마고우를 떠나보내는 주인공의 마음을 이 곡이 대변했던 것과 사별(死別)의 감상을 떠올리게도 한다.

화자의 솔직한 독백은 덤덤하게 시작되는 윤종신의 가창으로 쓸쓸하게 전개되다가 절정으로 치닫기도 하지만, 결국 또 다시 덤덤하게 마무리된다. 아련한 트럼펫 반주로 시작되는 원곡이 아날로그 감성으로 향수를 자극한다면, 2014년 발매된 피아노 버전은 세련됨의 극치이면서도 특유의 쓸쓸한 감정을 잃지 않았다.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뒤 재탄생한 만큼 피아노 버전 '배웅'에선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 윤종신의 보컬도 인상적이다.

원곡은 판권 등의 문제로 음원 사이트에선 들을 수 없지만 유튜브 등 검색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원 버전도 함께 들어보길 추천한다. 리메이크는 뭐니뭐니해도 '셀프 리메이크'가 최고다.

*[박세연의 개취띵곡선]은 박세연 기자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소개하는 명곡 소개 코너입니다. 기자 개인의 주관이 포함된 선곡이 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psyon@mk.co.kr

사진|윤종신 'Just Piano' 앨범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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