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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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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로 나온지 일주일, 프로농구 전자랜드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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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구단 사상 첫 공개입찰

회계법인 참여 다른 종목도 관심

팬들도 이런저런 기업 이름 거론

금융사·게임사·제조업체 등 물망

중앙일보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는 공개입찰을 통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사진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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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는 경영 집중 전환으로, 올 시즌 직후 농구단 운영을 접는다. 새 주인을 찾고 있는 프로농구연맹(KBL)이 매각 주관사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선정했다. 공개입찰은 18일부터 3월 2일까지다.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이 공개입찰 매물로 나온 건 처음이다. 다른 종목에서도 가격(매각 대금)이 얼마일지, 매각 과정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한다. 팬들도 소셜미디어에 ‘인천 원할머니 엘리펀츠 어떤가’ ‘센트리온 가즈아’ 등의 글을 올렸다. 다양한 기업이 인수전에 나서기를 바라고 있다.

21일 서울 신사동 KBL 빌딩에서 딜로이트 스포츠 비즈니스 그룹(SBG) 관계자를 만났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그룹 딜로이트는 31개국 스포츠계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SBG 조직을 두고 있다. 공개 입찰 전망은 어떨까.

정동섭 딜로이트 그룹장은 “한국 프로구단은 외국보다 재정 자립도가 낮고 모기업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다. 구단의 재무적 가치는 매우 낮거나 측정할 수 없을 정도다. 그간 구단 매각은 수의계약을 통해 알음알음 이뤄졌다. 정보가 없는 기업은 참여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접근성을 높여 최적의 매수자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입찰 방식에 대해선 “매수 희망자에게 매각 전략에 따라 TM(공개 자료)을 전달한다. 이어 CA(비밀유지확약서)를 받고 IM(비공개 및 투자 상세 설명자료)을 전달한다. 입찰 희망서를 낸 기업을 놓고 구단, KBL 측과 협의해 우선 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농구는 1990년대보다 인기가 낮아졌다. 게다가 최근에는 코로나19 유행까지 겹쳤다. 홍윤기 딜로이트 부장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인기가 낮을 때가) 오히려 합리적 금액에 매수할 기회다. 신규 창단은 초기 투자와 연고지 선정 등 진입 장벽이 있다. 농구단은 15년 만에 시장에 나올 만큼 희소하다. 운영비도 축구의 6분의 1, 야구의 10분의 1”이라고 말했다. 전자랜드의 연간 운영비는 45억~5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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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과 가드 김낙현. [사진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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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는 유도훈 감독이 부임한 이후 2018~19시즌 준우승했다. 김낙현·강상재(군 복무 중)·정효근·이대헌 등 국가대표급 선수도 꽤 된다. 관중 동원력 2~3위로 팬들의 충성도가 높다. 다만, 구단 소유 홈구장을 보유한 외국 프로팀과 달리, 여느 국내 프로스포츠팀처럼 홈구장은 시에서 빌려 쓴다.

전자랜드의 구단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까. 홍 부장은 “국내 프로팀은 적자 구조다. 그래서 기업 인수 합병(M&A) 때와 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는 없다. 일단 구단의 재무상태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정성적 장점을 쌓아 재무제표에서 드러나지 않는 무형적·잠재적 요인을 정량화했다. 예컨대 샐러리 레버(lever), 선수 연봉 대비 활약 등을 다면 평가했는데, 전자랜드는 저비용 고효율의 팀”이라고 말했다.

2003년 전자랜드가 SK 빅스를 인수할 당시 인수금액은 30억원대였다. 단순 환산할 경우 현재 화폐가치로는 40억원대다. 상황과 여건이 달라졌다. 결국 매수 희망자가 얼마를 제시할지에 달렸다. 딜로이트 측 예상금액에 대해 홍 부장은 “비밀”이라고만 대답했다.

예상 인수 후보로는 스포츠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금융사, 게임사, 소비재 제조기업 등이 꼽힌다. 다만, 위험 부담을 안고 진행한 이번 공개입찰에서 인수기업이 나오지 않을 경우 프로 스포츠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BL은 만약의 경우 위탁 운영도 고려 중이다. 홍 부장은 “전자랜드의 현재 성적이 구단 매각에 큰 영향은 주지 않는다. ‘구단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시선은 적절치 않다. (프로 구단은) 좋은 명품백처럼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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